"독자적인 문화 가진 한국, 계속 발전할 것"

"한국은 중국과 일본 중간에 있는 나라죠. 하지만 문화적 독자성을 가졌기 때문에 미래를 낙관합니다."

미국의 대표적 유학(儒學) 연구자인 호이트 틸먼(Tillman·66)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역사학)의 말이다. 그는 19일 성균관대 퇴계인문관에서 열린 중국학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그는 유창한 중국어로 '송·원(宋·元) 지성사 탐구:그 현대적 의미'란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다. 질의응답도 중국말로 했다. 틸먼 교수는 "한국 학자들은 수세기 동안 중국 자료를 연구하고 그것을 한국의 삶과 문화에 적용시켜왔다"면서 "한국인이 중국인보다 더 많이 중국의 문화·전통 보존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도 많다"고 했다.

"세종대왕이 지혜롭고 용감하게 중국의 의구심을 떨치고 한글을 창제해 백성들 지식수준을 크게 향상시킨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한국은 자기만의 문화를 가진 아주 특색있는 나라죠. 앞으로도 자기 공간을 확보하고 문화를 유지하며 발전해갈 겁니다."

'주희(朱熹)의 사유세계' 등 많은 저서를 낸 그는 현대 중국사회에서 유교가 갖는 의미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중국의 젊은 세대는 이제 마르크스가 아니라 활동적 서방문화에 빠져있어요. 그리고 기성세대는 전통문화를 회복하고 유학의 가치를 부활시켜 정치사회적 안정을 확보하려고 하죠." 그는 "중국이 당면한 문제를 유학이 모두 해결해줄 순 없지만, 시장경제의 병폐와 사회적 문제를 치유하는 데 도움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해 화동사범대학의 주지에런(朱杰人) 주희연합회장이 젊은 세대에게 전통혼례를 적극 권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라고 했다.

틸먼 교수는 천안함 폭침사태 이후 남북은 물론, 한중 관계까지 경색된 것과 관련, "북한 문제는 중국에서도 매우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라며 "북한을 둘러싼 한중간 갈등은 서로 인내심을 가지고 물밑에서 대화하며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가을 북경대 중국고대사연구센터에서 방문학자로 강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