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 보험료 대신 내주는 50代 축산농민

지난 13~17일 전북 정읍시 상교동과 입암면에도 집중 호우가 내렸으나 이곳 영세 농가와 저소득층 270가구는 마음을 놓았다. 상교동의 축산농가 K(51)씨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가구들에 풍수해 보험을 들어준 덕분이다. K씨는 "신문에 낼 만한 일이 아니다"며 거듭 취재를 거절하다가 '익명'을 전제로 "그런 사실이 있었던 것을 확인만 해주겠다"고 말했다.

K씨가 들어준 보험은 1년 기한으로 주택과 축사 등이 풍수해를 입으면 최대 1500만원까지 보장한다. 보험료의 61~68%를 공공에서 부담하며, 가입자는 3000~5000원만 낸다. 그는 저소득층 270가구의 부담금 120만원을 작년과 올해 7월 대신 납부해준 것이다.

그는 "이 보험을 동장님이 모임에서 귀띔해주셔서 알았고, 집이 무너져도 고칠 힘이 없는 분들에게 꼭 필요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원래 대전 사람인데 이곳에서 축산으로 기반을 잡으면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더는 묻지 말라"고 말했다.

상교동 고동석(54) 동장은 "그분이 원래 그렇다"고 말했다. 고 동장은 "그는 7~8년 전부터 동네 불우 이웃돕기나 경로행사, 체육대회 때마다 성의를 전해왔고, 마을 상수도를 놓을 때도 관로 매설비를 낼 형편이 못 되는 저소득층 가구를 위해 45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 동장은 "그는 산속에서 청결하게 현대식 축사를 운영해 오고 있지만 혹시 주민에게 피해가 있을까 늘 염려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언젠가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이 있으면 그땐 털어놓겠다"며 말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