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라면… 환갑이 돼도 철 안드는 거"

도무지 어른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남자가 있다. 마흔줄에도 "꼭 철들어야 하느냐"고 묻고, 악동(惡童) 이미지도 "뭐 어쩌겠느냐"고 하는 남자. 데뷔 16년차, 도발적인 언행으로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DJ DOC의 리더 이하늘(39)이다. 아이 아빠가 된 김창렬, 비교적 조용한 정재용에 비하면 그는 아직도 'DOC답다'.

1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이하늘을 만났다. 그날도 어김없이 대형 사고가 터졌다. KBS2 TV '뮤직뱅크'에서 DOC가 보아의 꽃다발을 바닥에 내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방송 직후 이하늘은 트위터에 "수위를 넘었다"고 사과했지만 대중은 혀를 찼다. "철 좀 들어라!"

그에게 물었다.

"그게 DOC 방식인가?"

"사실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최근 트위터에 한 방송국 제작진의 출연 압력 의혹을 폭로했을 때나 특정인을 겨냥한 노래('부치지 못한 편지')로 입방아에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다. "'폭로성 발언'을 할 때 사실 두번 세번 고민하진 않아요. 하지만 둘 다 못할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봐요. 난 그저 작은 파도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쓰나미'가 왔을 뿐이죠." 한마디 더 했다. "답답해서 대나무 숲이라도 있으면 시원하게 질러보고 싶을 정도지만 긁어 부스럼 만들까 봐 더 이상 말 않겠다."

DJ DOC는 권위주의를 비꼰 타이틀곡 '나 이런 사람이야'를 비롯해 7집 앨범 '풍류'를 들고 무대에 돌아왔다. 6년 만이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10대 아이돌이 점령한 가요시장에서 한 달 넘게 음원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음악 외적으로 구설에 올라도 음악으로 역전극을 펼치는 식이다. 한창 폭행 시비로 시끄러울 때도 '삐걱삐걱'(4집), '런투유'(5집)로 만루홈런을 날렸다.

"사실 이번엔 반신반의했어요. 우리 음악이 가요계 흐름과 어긋날까 걱정도 되고, 16년차 고참이라는 데 부담도 있고. 사실 방송국 앞에 진 치고 있는 친구들이 우리가 가수였다는 걸 알겠어요?"

그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빠 엄마가 된 30·40대 팬들이 꽤 있더라"며 "이번 기회에 '야, 나이 좀 들어도 이렇게 놀 수 있잖아!'하며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예능 프로에서 활약하다 보니 "변한 거 아니냐"는 말도 듣는다. 그는 "세상과의 타협이 아니라 그저 먹고 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내 정체성을 뮤지션이라고 규정하지 않아요. 그건 오만이죠. 예능으로 얻은 것은 돈과 사람, 잃은 것은 음악 하는 시간이거든요." 하지만 "누군가가 '너희가 무슨 음악인이야?'하면 기분 나쁠 것 같다"며 "이율배반적 심정"이라고 했다.

"이젠 길거리에서 안 싸우느냐"고 물었더니 "나이 들어 싸우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다. 주먹을 둥글게 말며 "몇년 전에 손가락을 다쳐서 주먹이 쥐어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이미지가 붙은 거 후회 안 해요. 좀 억울해도 사람들이 우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예능 프로 출연한 뒤론 아무래도 욱하는 걸 좀 참게 돼요."

나이 60이 돼도 철 안 드는 게 목표다. "평생 음악으로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학력(고졸)이든 외모든 그런 조건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난 내 스스로에게 콤플렉스가 없다"며 "결혼하고 애가 생겨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창렬이가 요즘 고졸 검정고시 공부하잖아요. 초심을 잃은 거죠. 하하."

3년쯤 지나면 음악은 접을 생각이다. "데뷔 20년을 딱 채운 뒤엔 편하게 빈둥거리는 게 인생 계획"이라고 했다. 8개월 전부터 인천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노후 대비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최근 겨우 적자를 면했다면서도 느긋하다. "그럼 DJ DOC는?" "각자 알아서 살겠죠, 뭐."

50분 정도 지난 무렵 '뮤직뱅크' 리허설 시간이 닥쳤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확 돌렸다. "참, 아까 타협이 뭐냐고 물었죠? 진짜 타협이 뭔 줄 아세요? 제가 조선일보랑 인터뷰한 거 그게 바로 진짜 타협이에요." 광우병 촛불시위 무렵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는 1960년대 쥐잡기 포스터를 붙인 티셔츠를 입고 방송에 출연하고, 트위터에 글 한번 올릴 때마다 대중을 들끓게 만드는 악동 지존이 던진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