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 Mania] 아무나 못 느낄 짜릿한 쾌감 그 맛에 달린다

이지현=다들 '자동차 경주는 위험하다'고만 생각해요. 얼마 전 회식에서 술 안 마시고 '대리기사'를 자처해 동료들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데 "너 운전 이렇게 험하게 하느냐"고 핀잔 놓더라고요. 선입견 때문이죠. 사실은 굉장히 얌전하게 몰았는데….

정경용=실제로 경주하다가 다치기도 하잖아. 난 오프로드 레이스(산·늪지대 등에서 펼치는 경주)할 때 차가 10바퀴나 구른 적도 있어. 그런데 숙련된 사람들이 하는 스포츠가 다 그렇지. 야구도 시속 140~150㎞짜리 공을 던지고 받고 하잖아. 보통 사람이 맞으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지. 그런데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건 자기가 직접 해내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거든. 사람들은 우리한테서 극한의 속도로 달리는 차를 능숙하게 다루는 걸 보고 싶어하지.

이=저는 굴러본 건 3바퀴가 최고예요. 운전한 지는 꽤 됐지만 속도의 쾌감을 알았던 건 아니죠. 2004년 이벤트성으로 열린 자동차 경주에 친구가 강권해 참가했는데 그만 2등을 했어요. '어, 내가 이런 걸 잘하네'라는 생각이 드니까 자주 출전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보통 도로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속도의 쾌감도 느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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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마추어 여성 드라이버 이지현(37·삼성전자 선임연구원)씨는 명문 모터스포츠팀인 래드앤스피드의 감독 정경용(40)씨를 보자 허리 굽히며 반갑게 인사했다. 드라이버 6년째인 이지현 선수는 대회 때마다 먼발치에서 그를 봐 왔다. 정 감독은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 3대 자동차대회인 나스카(미국의 개조차 경주대회)에서 10위 안에 든 베테랑이다.

"경기장에서 시합하는 것만 봤지, 이렇게 밖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네." 정경용 감독도 알은체를 했다.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등록선수는 1000명 정도 된다. 하지만 현재 전용 경기장은 강원도 태백에 있는 '태백서킷' 한 곳뿐이다. 연습과 대회 모두 거기서 한다. 지난 17일 용인에 있는 삼성교통문화박물관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정=나도 친구 따라 자동차 경주에 입문했는데…. 우리 둘 다 친구 따라 강남 갔었군. 18년 전 그때는 지금 정도의 인프라도 없었어. 우연히 친구가 활동하던 동호회에 갔는데, 실제로 자동차 경주를 할 곳이 없으니까 경주용차 포스터만 잔뜩 붙여놓은 조그만 사무실에 모여앉아 얘기만 하고 있는 거야. 그래도 말 통하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좋았지. 그러고는 그 사람들하고 인적 드문 산길을 쌩쌩 달렸지.

이=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을 때의 짜릿한 쾌감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를 거예요.

정=실은 나도 처음 몇 년은 속도 자체를 즐겼어. 그런데 차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하나 둘 알아가니까 뭐랄까, 즐거움의 차원이 달라지더라고. 내가 자동차의 어떤 부분을 고치면 더 빨리 달리고 코너도 더 신속하게 돌아. 이제는 속도보다는 그렇게 원하는 대로 차가 움직여줄 때 더 기쁘지.

이=맞아요. 운전에도 많은 지식과 기술이 필요해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운전은 누구나 그냥 하면 되는 것'으로 여기잖아요. 그게 모터스포츠가 큰 인기를 못 끄는 이유 같기도 해요.

정=경주용 차는 시속 320㎞까지 나가잖아. 그 속도에선 핸들만 조금 틀어도 몸이 한쪽으로 엄청 쏠려. 뇌 속에 있는 모든 게 한쪽으로 몰리는 느낌이야. 그래서 경주가 끝나면 기력이 다 빠져서 며칠은 쉬어야 회복돼. 그런데 미국 나스카 대회에서는 일년에 36번이나 시합을 하더라고. 나도 거기 나갔을 때는 따로 근육운동까지 하고 그랬지.

이=나스카를 보러 매주 15만~20만명이 간다면서요? 저도 그런 대회에서 수많은 사람들 환호성 속에서 달려봤으면 좋겠어요.

정=우리나라 모터스포츠는 역사가 이제 20년 정도잖아. 100년 가까운 미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지. 나로선 그래도 선수들 키우고, 우리 모터스포츠가 발전하는 걸 보면서 점점 기대가 커져. 지현씨처럼 용감한 아마추어 선수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