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내달 1일 '창설 60주년' 해군 해난구조대(SSU) 체험해보니…

지난 1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군항에서 16㎞ 떨어진 잠도 앞바다에서 해군 해난구조대(SSU·Sea Salvage and rescue Unit) 대원들의 8월 정기 훈련이 한창이었다. 360t급 잠수지원정 '아―801호' 갑판 위에서 잠수복을 입은 군인들은 훈련 감독관이 "다이버 오케이?"하고 묻자 "다이버 오케이!"라고 큰 목소리로 대답한 뒤 물속으로 들어갔다. 해난구조대는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때 조류가 센 서해의 힘든 작업환경에서도 바다에 가라앉은 함수(艦首)와 함미(艦尾) 탐색 작업을 묵묵하게 수행해 주목받았다.

이날 SSU대원 15명은 최대 91m까지 잠수가 가능한 표면공급 잠수 훈련을 받았다. 표면공급 잠수는 함정의 기체통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수중 잠수사에게 호흡용 기체를 공급하는 잠수 방법이다. 정해진 양의 기체가 들어 있는 기체통을 메고 바다로 들어가는 스쿠버(SCUBA) 잠수는 통상 수심 40m까지 잠수할 수 있지만, 표면공급 잠수는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간다. 이날 대원들은 바다로 들어가기 전 잠수복과 기체통을 포함해 40㎏에 이르는 장비로 '중무장'을 했다. 물속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30㎝ 길이의 날카로운 대검도 왼쪽 종아리에 찼다. 대원들은 수심 40m에서 1.5㎝ 두께의 강철판을 용접기로 절단하는 훈련을 완수하고 물 위로 '복귀'했다.

훈련은 언뜻 보기에는 쉬워보였지만, 기자가 체험을 해보기 위해 들어간 물속은 물 밖에서 보는 것과 딴판이었다. 들어간 수심은 2m에 불과했지만, 무거운 장비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바다 속 용접 작업은 불꽃과 검은 연기, 공기 방울이 뒤섞여 시야를 가려 숙달된 능력이 없으면 작업이 거의 불가능했다. 기자는 잠수복과 기체통 장비를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스쿠버 잠수 훈련에도 도전해 수심 5m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물이 시뿌옇고 조류가 거세 몇 분도 못 버티고 물 위로 올라와야 했다. 강상우(34) 중사는 "바다 속 작업환경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하다"며 "해난구조대 교육생들은 물안경 표면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시야를 가린 채 잠수 훈련을 한다"고 했다.

해난구조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매년 1회 지원을 받아 체력검정과 신체검사, 면접을 통해 1차 선발을 한다. 사병은 12주, 부사관과 장교는 25주 동안 기초체력 훈련과 수영·잠수 교육을 마쳐야 해난구조대원이 될 수 있다. 해난구조대 교관 박세호(39) 상사는 "입교 인원의 50~60%만 훈련을 마지막까지 참고 이겨낸다"며 "현재 16주차 교육 중인데 입교생(장교·부사관) 40명 중 25명만 남았다"고 말했다. 교육생 원관식(19) 하사는 "훈련 초기에 저체온증에 걸려 물에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도 겪었다"며 "부모님이 말리셨지만, 심해잠수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해난구조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해난구조대는 해상에서 발생한 국가적 재난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1976년 신안 해저유물 발굴 작전에서 2만점이 넘는 국보급 도자기를 인양했고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 때는 사망자 292명의 시신을 모두 찾아냈다. 1994년 서울 성수대교 붕괴, 1998년 북한 반잠수정 인양 그리고 천안함 사건에 이르기까지 대형사건 사고의 구조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난구조대 장형진(41) 소령은 "해난구조대가 주목은 많이 받지 못하고 있지만, 물속에서 사람 구하고 찾는 능력만큼은 세계 최고일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해난구조대는 다음 달 1일 부대 창설 60주년을 맞이한다. 60년의 기록과 부대원들의 자긍심이 담긴 역사관이 문을 열고, 부대원과 교육생들을 위한 쾌적한 시설을 갖춘 생활관이 지어져 준공 테이프를 끊는다. 해난구조대장 김진황(47) 중령은 "해난구조대는 지난 60년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며 "세계 최강의 전문 구조부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