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핫 피플] '총리 인사청문회 증인' 이인규 변호사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인물이 있다. 이인규(52·사진) 변호사다. 그는 지난해 대검 중수부장 시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수사를 지휘한 이유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는 며칠 전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가 청문회에 나가면 (김태호 청문회가 아니라) '노무현 청문회'가 되지 않겠나"라는 말도 했다. 이게 바로 그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인규의 검사 경력은 화려했다. 경동고·서울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 24회 출신인 그는 한번 하기도 어렵다는 법무부 과장(검찰 4·2·1과)을 세번 했고 검찰 최고 인기 부서가 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의 초대 부장검사를 지냈다. 대형 특수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쳐 검사장이 된 그는 2009년 대검 중수부장에 올랐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3대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런 그가 작년 7월 옷을 벗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하던 도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 '변고'가 없었다면 그는 지금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을 가능성이 컸다.

지난해 사직서를 내기 직전 분을 삭이던 그가 말했다. "지금은 그냥 물러간다. 언젠가 때가 되면 말하겠다. 도대체 우리(수사팀)가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 이인규는 그렇게 검찰을 떠났다.

이인규와 노 전 대통령의 악연은 2003년 SK그룹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현 금융조세조사부) 부장이었다. SK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5일 만에 최태원 회장을 구속시켰고, 내친김에 수조원대 분식회계 사실까지 확인했다.

그때 집권 2개월을 맞고 있던 노 전 대통령이 나섰다. 당시 검찰총장이 청와대에 호출됐다 돌아온 2003년 3월 3일 밤 검찰 청사에서 기자와 만난 이인규의 표정은 어두웠다. "(분식회계 수사는) 하지 말라네요. 기업이 어려워진다나…." 하지만 이후 SK그룹 수사 결과 발표에서 분식회계 혐의는 그대로 범죄 사실에 포함됐다. 이인규에게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을 때였다.

그는 직설 화법으로 유명하다. 2006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그는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계속 기각하자 "남의 장사에 소금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인분(人糞)을 들이붓는 수준"이라며 법원을 정면 비판했다.

그래서 정치권은 지금 그가 토해낼지 모를 '폭탄 발언'에 근심 반 기대 반이다. 현재로서 그가 청문회에 나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언젠가 꼭 수사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한 이인규의 입은 언제 열릴까.

[InfoGraphics] 이명박 정부 3기 내각 인사청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