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래 듣고 외국관객 눈물바다… 같이 울기도 해요"

그녀가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하면 객석 사람들은 소리없이 운다. 무대가 프랑스든 독일이든 그리스든 핀란드든 상관없다. 그저 하염없이 울며 관객들은 그녀와 함께 노래를 하고 함께 교감한다. 최근 7집 '세임 걸(Same Girl)'을 발표한 재즈 가수 나윤선(41) 이야기다. 자신의 절실한 감정을 단단하게 응축시켜 곡진하고 청명하게 허공에 흘려보내는 그의 노래는 언어와 인종의 장벽을 넘어서는 맵싸한 '신파'다. 최근 1년 사이 투어에서 만난 각국 관객들은 2시간 남짓 그의 노래를 들으며 끊임없이 흐느꼈다.

"그전에도 간혹 제 노래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에요. 객석이 눈물바다가 돼버려서 제가 당황하거나 같이 울 때도 많으니까요. 발랄한 노래를 해도 눈물을 그치지 않으시니…."

나윤선이 영어, 불어 혹은 한국어로 노래해도 객석의 애상(哀想)은 변함이 없다. 악기 편성을 최소화하면서 집중도가 높아졌기 때문일까? "아프고 힘들었던 과거가 스르르 떠올랐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아요. 정말 펑펑 우는 분들은 40대 이상 관객들이죠."

콘서트마다 빼놓지 않고 부르는 '아리랑'에서 관객의 눈물지수는 정점에 달한다. 그저 '슬픈 사랑의 노래'라는 정도의 간략한 해설과 함께 한국어로 아리랑이 시작된다. 그러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라는 대목에 이르면 객석이 통곡의 강이 돼버리곤 한다고 했다.

"스웨덴, 러시아, 노르웨이 관객들은 자기네 나라에도 비슷한 노래가 있다며 신기해하더군요. 그 애잔한 정조는 세계 어디에 사는 사람에게도 다 통한다는 얘기죠."

7집 '세임 걸'은 전 세계 평론가들의 극찬을 끌어낸 '부아야주(Voyage)' 이후 2년 만의 신작이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돋보이는 건 실험정신 혹은 모험심이다. 대형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Metallica)의 히트곡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의 야성(野性)을 어르고 달래 신비로운 재즈로 변모시킨 대목에서는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아랍풍 선율에 화려한 스캣을 얹어놓은 '바그다드에서의 아침(Breakfast In Baghdad)'은 다양한 민속 음악에 대한 애정과 정통 재즈 가수로서 숙련도를 동시에 보여준다.

우리의 전통 음악에 대한 재해석도 잊지 않았다. '강원도 아리랑'은 감정의 깊이에서 압권이다. "재즈 안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고 배웠기 때문에 메탈리카도 두렵지 않았어요. 거장 재즈 뮤지션 중에서는 남의 노래를 흥미로운 시각에서 자신의 것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메탈리카의 드러머 라스 울리히(Ulich)의 아버지도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사실." 나윤선은 "'나는 결국 나일 뿐'이라는 신념 때문에 이만한 인정이라도 받으며 사는 것 같다"고 했다.

1995년 그녀는 최악의 열등생이었다. 프랑스 유학 초기 수업 시간에 정통 재즈 창법을 흉내조차 내지 못해 모든 걸 포기하려 했다. 빌리 할리데이(Holiday), 엘라 피츠제럴드(Fitzgerald), 사라 본(Vaughan)의 노래를 듣고 따라 해야 했는데 아무리 해도 불가능했다.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으니, "내 노래를 부르면 된다"는 진리 아닌 진리였다. "지금 유럽에 노라 존스(Jones)와 똑같이 노래하는 가수가 수백명쯤 될 거예요. 주변에 너무나 많은 성공 모델이 있으니까 자꾸 따라 하면서 또 하나의 '아류'가 돼버리는 거죠. 정말 주목받고 싶다면 내 목소리를 찾아야 합니다." 아류도 되기 힘들었던 나윤선의 음색에 사람들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