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長考20분

〈제5보〉(51~64)=목진석은 올해까지 15년 동안 총 9번이나 본선무대를 밟았을 만큼 LG배와 인연이 깊다. 특히 2004년 초까지 이어졌던 8회 대회 때는 이창호와 결승서 격돌, 준우승을 차지했다. 첫 판 승리 후 내리 3연패, 세계제패의 야심이 꺾인 뒤 괴로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목진석은 그보다 4년 전인 2000년 이창호를 꺾고 제19기 바둑왕에 오른 경력이 있다. 당시 무적이던 이창호를 번기(番棋)승부에서 무너뜨린 바둑계 최초의 사건이어서 큰 화제가 됐었다.

51은 당연한 반발. '가'로 물러서는 것은 자체로도 굴욕이거니와, 하변에서 백이 1집을 확보하게 되니 안 될 말이다. 결국 기어이 패(覇)싸움이 벌어졌다. 56으로는 일단 패를 때려내는 게 팻감 면에서 이득이 아닐까. 그러나 참고도 백1이면 흑은 2로 늘어버린다. 4까지의 응접은 중원의 흑세가 막강해졌고 백은 아직도 미생(未生)이다.

마땅한 팻감이 보이지 않자 백은 64로 걸쳐간다. 여기서 흑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하염없는 장고에 빠져든다. '나'로 받아줄까. 받는다면 이후 팻감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변 패를 해소해버리는 것과는 어느 쪽이 나을까. 무려 20분 만에 니우위티엔이 집어든 흑돌이 향한 곳은 어디? (60…△, 6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