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모처럼 웃은 건설株, 봄날 왔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한파(寒波)로 꽁꽁 얼어붙었던 건설업 주가가 오랜만에 웃었다.

23일 증시에서 남광토건은 상한가까지 올랐고, 벽산건설은 14% 이상 상승했다. 한일건설은 8%, 중앙건설과 현대산업도 5% 이상 올랐다. 이날 건설업 주가가 급등한 것은 정부가 실수요자에 한해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빠르면 이달 말쯤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날 급등한 건설주 중에는 지난 6월의 건설사 구조조정 때 기업개선(워크아웃) 등급을 받거나 퇴출등급을 받는 등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주가가 크게 내린 만큼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앞섰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DTI를 완화해준다고 해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건설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현재 가계와 건설사, 지방자치단체 등이 안고 있는 부동산 관련 부채는 644조원에 달한다. 이번에 나올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DTI 규제인데 이를 완화하면 오히려 수요자들의 빚이 더 늘어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빚이 늘어나면서 주택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내릴 때는 대출 한도가 늘어도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는 수요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심지어 내년에 실질적인 유동성 위기가 닥쳐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 만기 연장이 대부분 올해 말로 끝나고, 재정 부담 때문에 내년에는 공공부문 투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건설주에 서둘러 투자하지 말고, 내년 상반기를 지나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나올 부동산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은 미미할 것"이라며 "DTI를 완화해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실망감이 더 커져 건설업이 크게 침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굳이 투자하겠다면 대형 건설주를 고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저가(低價) 수주에 나서는 반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같은 대형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