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아시아프] 축제의 마지막 밤, 열 개의 별이 뜬 밤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젊은 미술인들의 축제 〈2010 아시아프(ASYAAF·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가 23일 막을 내렸다. 조선일보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주최하고 대학미술협의회·한국미술평론가협회·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성신여대가 후원한 〈2010 아시아프〉는 한국·중국·일본·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30세 이하 작가 777명을 선정해 이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했다.

폐막식은 이날 오후 7시 〈2010 아시아프〉의 개최장소인 서울 성신여대 조형관에서 참가 작가와 학생아트매니저(SAM), 미술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장르별로 실험적이고 패기 넘치는 작품을 보여준 작가 10명을 선정한 '아시아프 프라이즈'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올해는 처음으로 '아시아프 프라이즈' 수상자 가운데 대상을 선정했다.

미디어아트 부문에 출품해 대상을 차지한 김이유(25·카네기멜론대 조형·영상 중퇴)씨는 "주변의 격려가 없는 상황에서 혼자 작품을 해 왔는데 대상을 받으니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양화 부문의 노미정(23·한성대 대학원)씨는 "전업작가로서 어떻게 첫발을 내디뎌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아시아프 프라이즈가 첫발이 돼 주었다"고 했고, 한국화 부문의 조주현(23·이화여대)씨는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이번 수상으로 더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입체 부문의 송수영(26·서울대 대학원)씨는 "생활비조차 벌기 어려운 미술계 현실 때문에 다른 일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큰 격려가 됐다"고 했으며, 김우정(30·홍익대 대학원)씨는 "늦깎이로 미술을 시작해 힘들었는데 앞으로는 작업에만 매달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 부문의 손피오(27·충남대)씨는 "아시아프를 에너지 삼아 전업작가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했으며, 양경수(26·추계예대)씨는 "작년부터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이번에 상을 타 안도감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프는 젊은 작가들의 잔치일뿐 아니라, 화랑 경영과 전시 기획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도 기회의 바다였다. 아시아프를 통해 관람객을 최일선에서 만나는 등 소중한 현장 체험을 한 서상휼(23·경기대)씨와 정예리(23·한국외국어대)씨 등 학생아트매니저(SAM) 200명도 수료증을 받았다. 큐레이터 지망생인 장현아(22·한국외국어대)씨는 "아시아의 젊은 미술을 발전시키는 아시아프에서 내가 한몫을 담당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아시아프는 국내 77개 대학과 해외 53개 대학이 참여해 순수한 열정과 작품으로 승부하는 자리임을 보여줬다. 1부와 2부에 걸쳐 25일간 펼쳐진 아시아프 전시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4만520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국내 미술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프에 전시된 작품 2000여점 중 650여점이 팔려 젊은 미술인에게 거는 기대를 보여줬다. 관람객 중에는 재작년부터 3회 연속 전시장을 찾아와 작품을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하는 '아시아프 마니아'도 생겨났다. 아시아프는 작품 판매 수익을 주최측이 갖지 않고 전부 작가에게 돌려주는 비영리 문화축제로 진행된다.

박영택 〈2010 아시아프〉 총감독(경기대 교수)은 "관람객으로부터 국내외 젊은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 경향을 보여준 전시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젊은 미술인에게는 희망을 주고, 관람객에게는 손쉽게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