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빛·온도·바람… 感性에 말을 걸다

설치미술가 양혜규의 〈셋을 위한 목소리 Haegue Yang: Voice Over Three〉전(展)이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오브제·영상·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이번 전시에서 양혜규는 지난 10년간 작업해온 주요 작품과 신작 등 10여점을 선보인다. "소리·빛·온도·바람처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동원해 작가와 관람객 사이에 감성적인 교감(交感)의 순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9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술학교로 유학 가 16년째 독일에서 살고 있는 양혜규는 2009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 대표작가로 선정되며 이름을 알렸다. 양혜규의 베니스비엔날레 전시작품인 〈살림〉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컬렉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그녀를 '감성적인 개념미술(emotional conceptualism)을 추구하는 설치미술가'라고 부른다.

이번 전시에는 새로 제작한 광원(光源) 조각인 〈서울 근성(根性)〉 6점이 등장한다. 광원 조각은 특정 지역에서 발견되는 일상적 사물을 신체와 비슷한 크기와 형태를 지닌 옷걸이나 빨래 건조대 위에 걸어놓은 조형 작품으로, 함께 설치되는 전선·전구에서 빛이 나온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 새 작품 중 옷걸이 위에 수십 가지의 휴대전화 장식물이 걸려 있는 〈서울멋쟁이〉는 타인과의 소통이 목적인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허전함을 채우지 못해 우스꽝스러운 장식물을 기계에 달아야 하는 현대인의 고독을 드러낸다.

전시장 3층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설치작품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셋을 위한 그림자 없는 목소리〉는 천장에 블라인드를 겹겹이 매달고 그 사이에 대형 거울과 조명기기, 적외선 히터, 선풍기, 향 분사기 등 감각적 장치들을 배치했다. 은은한 전등 빛을 받으며 블라인드 사이를 걷다 보면 적외선 히터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선풍기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번갈아 나온다. 향 분사기는 커피·코끼리똥·박하 향 등을 내뿜는다. 설치돼 있는 마이크에 대고 관람객이 소리를 내면 작가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조명은 기존에 입력된 색상이나 움직임과는 다르게 변화한다. 참여를 통해 관람객과 작가가 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공감각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작업이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입장료는 어른 3000원, 학생 1500원. (02)733-8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