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나요, 붓으로 연주한 음악

24일 개막하는 문혜자의 개인전은 얼마 전 타계한 진화랑 유위진 회장이 기획한 마지막 전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유위진 회장은 19 72년 서울 사간동에 화랑 문을 연 뒤 40년 가까이 열정적으로 국내외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를 기획한 1세대 화상(畵商)이었다. 유 회장은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인 구사마 야요이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했고, 이우환의 작가적 역량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적극 후원했다. 지난 6월 일본 나오시마에서 열린 이우환미술관 개관식에 참석할 정도로 깊은 애착을 보였다. 유 회장은 조선 왕실의 마지막 황세손(皇世孫)인 이구(李玖·1931~2005)씨의 연인이기도 했다. 유 회장의 조카로 양자로 입적된 유재응 진화랑 전무는 "두 분은 1960년대 말부터 약 10년간 만남을 이어갔고 유 회장이 화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구 선생의 권유였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1979년 이씨와 헤어진 뒤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다.

 

문혜자 개인전은 유 회장이 작년부터 추진해온 기획전이였다. 작가는 "유 회장은 오랫동안 국내 화단에서 '왕따'였던 내게 기회를 주신 분"이라며 "전시 오프닝도 못 보시고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음악을 테마로 자유로운 감정을 표현한 작가의 회화 작품 30여점이 나왔다. 작가는 20년 가까이 목조각을 해오다 1998년 회화로 장르를 바꿨다. 회화가 자신의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하기에 더 알맞다고 판단했지만 화단의 반응은 냉담했다. 작가는 상처를 받았지만 굽히지 않고 작품에 혼을 쏟았다. 현대음악을 회화로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는가를 깊이 고민하며 작업해왔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9월 4일까지 열린다. (02)738-7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