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먹는 나라 선입견 가진 외국인, 한국 애견인들 열정 보고 생각 바꾸죠"

"우리나라도 잘살게 되면서 애견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았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때문인지 개를 포함해 다양한 반려동물을 맞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지요. 그래서 이번엔 도그쇼(dog show)에 캣쇼(cat show), 새 전시회까지 함께 하게 됐습니다."

한국애견연맹 박상우(71) 총재는 2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제1회 KKF(한국애견연맹) 애완동물 멀티쇼'를 연다. KKF가 주최하는 서울 국제 도그쇼에 코리아캣클럽(CFA)의 '제15회 CFA 캣쇼 2010', 대한애조인연합회(KOF)가 주최하는 '제1회 대한민국 애조인 연합회 전시회'가 동참해 열린다. 애견 600마리, 고양이 150마리, 조류 300마리 등 1000여 마리의 반려동물이 한자리에 모인다.

"우리 도그쇼 규모는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큽니다. 1960년대 강아지 목에 새끼줄 걸어 시작한 국내 도그쇼가 경제발전과 함께 눈부시게 성장한 겁니다. '한국은 개 먹는 나라'라는 선입견을 갖고 온 외국 참가자들도 젊은 애견·애묘(愛猫)인들의 열정을 보고 부러워하며 돌아가요."

회원 12만명인 KKF는 국내에서 FCI 국제공인혈통서를 발행하는 유일한 단체로, 1년에 약 1만 마리가 혈통서를 받아간다. 박 총재는 농림수산부 차관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등을 거쳐 2005년부터 KKF 총재직을 맡았다.

"신혼 시절부터 개와 인연을 맺었지요. 당시 잡종견을 길렀는데, 아내의 사랑이 깊었어요. 나도 못 먹던 '계란 후라이'를 개가 새끼 가졌다며 먹였을 정도니까요. '참 이해 못하겠다' 싶었는데, 그 개가 죽은 뒤 빈자리가 엄청나 나도 놀랐습니다. 반려동물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구나 싶었지요."

현재 세계 애견인들의 모임인 '세계애견연맹'(FCI)에는 340여종의 개가 등록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 진돗개가 등록된 것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박 총재는 "외국에선 자국을 대표하는 개의 표준을 만들어 유지하는 데 엄청난 비용을 쏟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답답한 수준"이라고 했다.

"국내 진돗개들은 표준화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외관상 제각각인 경우가 많지요. 영양 상태가 좋아 체형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꾸 마르고 입이 뾰족해져요. 그런 모습을 브리더(사육자)들이 선호하니까요. 자체 '표준'이 흔들리면 나중엔 진돗개가 어떤 개인지 알 수 없게 되고, 국제무대에 내놓을 수도 없습니다. 앞으로 진돗개·풍산개 같은 토종개의 순수혈통 보존과 대중화에 힘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