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내 母系에 한국 혈연"

아키히토(明仁) 일본 국왕이 1990년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의 방일때 일왕가와 한반도의 혈연관계를 언급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당시 통역을 담당한 김상배(金祥培·75)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도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1990년 5월 24일 궁중만찬회가 끝나기 직전 (일왕이) 노 대통령에게 '한국과 상당한 인연이 있다고 느낀다'며 아악(雅樂) 감상을 권유했고, 식장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제 가계를 보면 모계(母系)에 한국계 인물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은 당시 아키히토 일왕이 과거사와 관련해 말한 '통석(痛惜)의 염(念)'이란 표현에 만족하지 못했지만 혈연관계를 언급한 (일왕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측은 이 발언을 공개하는 것을 유보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일본의 정사(正史)인 속(續)일본기는 간무(桓武·737∼806) 일왕의 어머니 야마토 니이가사(新笠)가 "백제 25대 무령왕(武寧王·462∼523)의 후손이며 태양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백제의 시조 도모왕(都慕王)의 후손"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797년 완성된 속일본기의 편찬자 간노마사미치(管野眞道)는 백제 14대 근구수왕(近仇首王)의 후손으로 알려진 백제계 인물이다. 당시 일본의 학술·문화를 장악하고 있던 백제계는 일본서기·속일본기 등 일본 정사 편찬을 주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런 정사에 입각해 한·일 월드컵을 앞둔 2001년 "간무텐노(天皇)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는 것에 대해 한국과의 깊은 인연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