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과 석달간 실탄사격 연습도 했죠"
입력 : 2010.08.26 02:57
개봉 3주 만에 375만명 관람영화 '아저씨' 감독 이정범
애초 로맨틱 코미디 계획했다 포기… "제대로 된 액션영화 찍자" 방향 바꿔
화려한 발차기? 실제 싸움에선 없어… 사실적 액션 촬영에 신경 많이 써
"'열혈남아(관객 67만명)' 때는 시나리오가 곧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좀 지루해지는 것 같아도 시나리오대로 밀고 나갔죠. 이번엔 현장에서 비주얼도 바꾸고 대사도 많이 바꿨어요. 두 시간 동안 관객을 쥐고 휘몰아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아저씨'의 액션 장면은 고른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영화의 총싸움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제 생각에 한국영화 중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의 총격전이 유일하게 어색하지 않아요. 총기를 구하는 과정도 그렇고요. 무기 소지가 금지된 한국에서 총격전은 낯설잖아요. 그래서 '아저씨'의 주인공을 전직 특수요원으로 한 거예요. 촬영 석 달 전부터 원빈과 함께 실탄사격장에서 사격 연습을 했습니다." 원빈의 인기는 사격장에서도 높아 그가 쏜 뒤 떨어진 탄피를 챙겨가는 여성도 있었다.
애초 주인공은 60대 남자였다. 존 카사베츠 감독의 '글로리아'에서 받은 영감이 작용했다. 시나리오를 본 영화사 대표가 물었다. "누구 캐스팅하려고? 신구? 백일섭?" 그래서 40대로 낮추고 다시 30대로 조정한 것이 지금의 영화다.
'아저씨'의 매력 중 하나는 원빈 캐릭터 외의 다른 요소들이 매우 사실적이라는 점이다. "현란한 발차기 같은 거, 실제 그렇게 안 싸우잖아요. 1대10으로 싸울 때도 한 사람만 싸우고 나머지는 구경하고…. 그건 NG거든요. 그래서 액션의 템포나 호흡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조연배우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좋은 것도 감독의 이런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다른 영화에서 배워온 것도 있다. 이를테면 원빈이 복도를 달려나가 온몸으로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떨어진 뒤 다시 뛰는 것을 카메라가 그대로 따라가며 찍은 장면이다. "'본 얼티메이텀'에 비슷한 장면이 있어요. 촬영감독이 와이어를 매고 배우와 함께 뛰어내리는 거죠. 사실 그 장면은 네 컷이에요. 달리는 장면, 창문 깨는 장면, 구르는 장면, 다시 달리는 장면. 이걸 정교하게 이어 붙여서 한 컷처럼 보이죠." 이 장면에서 촬영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원빈의 전당포는 이 감독 부모님이 실제 운영하는 전당포가 모델이다. "부모님이 봉천동과 신림동에서 지금도 전당포를 두 곳 운영하세요. 미술팀이 전당포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저희 부모님 가게를 본떠 만들었죠." 요즘은 전당포에서 금과 다이아몬드밖에 받지 않지만 이 감독이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온갖 것을 다 받았다. 이 감독은 "그때 우리 집에 TV가 8대 있다고 하고 카메라도 매번 다른 걸 들고 다니니까 친구들이 갑부집 아들로 알더라"며 웃었다.
인하대 영문과에 다니던 이 감독은 군에서 처음 진지하게 영화를 접했다. 공군 관제병 말년 때 군 도서관에 있던 시나리오 전집을 읽었다. "소설보다 빨리 읽히고 비주얼적이어서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마침 졸업하면 뭘 할까 고민하던 때여서 졸업 직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했죠." '시네마 키드'가 아니었던 그는 '영웅본색'과 '리쎌웨폰'을 좋아하던 평범한 액션영화 팬이었다.
"원래 이번엔 로맨틱 코미디를 찍을 계획이었어요. 제목을 붙인다면 '강철중이 보아를 만났을 때'라고나 할까. 강력반 형사와 아이돌 가수의 로맨스죠. 영화사에서도 좋다고 했는데 제가 자신이 없더라고요. 역시 남자들이 나오는 액션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아저씨'에서도 원빈이 임신한 아내를 안아주는 장면을 찍으며 "낯간지러워서 되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흥행 덕에 이 감독은 "한 2년 정도 생활비 걱정 안 할 만큼의 수입은 들어올 것 같다"고 했다. "그 돈 아내에게 주고 저는 또 시나리오 써야죠. 연금도 보너스도 없지만 그 정도라도 행복한 거죠." 재능 있는 감독이 생계비를 걱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관객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아저씨'의 성공을 관객이 같이 기뻐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저씨'의 액션 장면은 고른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영화의 총싸움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제 생각에 한국영화 중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의 총격전이 유일하게 어색하지 않아요. 총기를 구하는 과정도 그렇고요. 무기 소지가 금지된 한국에서 총격전은 낯설잖아요. 그래서 '아저씨'의 주인공을 전직 특수요원으로 한 거예요. 촬영 석 달 전부터 원빈과 함께 실탄사격장에서 사격 연습을 했습니다." 원빈의 인기는 사격장에서도 높아 그가 쏜 뒤 떨어진 탄피를 챙겨가는 여성도 있었다.
애초 주인공은 60대 남자였다. 존 카사베츠 감독의 '글로리아'에서 받은 영감이 작용했다. 시나리오를 본 영화사 대표가 물었다. "누구 캐스팅하려고? 신구? 백일섭?" 그래서 40대로 낮추고 다시 30대로 조정한 것이 지금의 영화다.
'아저씨'의 매력 중 하나는 원빈 캐릭터 외의 다른 요소들이 매우 사실적이라는 점이다. "현란한 발차기 같은 거, 실제 그렇게 안 싸우잖아요. 1대10으로 싸울 때도 한 사람만 싸우고 나머지는 구경하고…. 그건 NG거든요. 그래서 액션의 템포나 호흡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조연배우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좋은 것도 감독의 이런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다른 영화에서 배워온 것도 있다. 이를테면 원빈이 복도를 달려나가 온몸으로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떨어진 뒤 다시 뛰는 것을 카메라가 그대로 따라가며 찍은 장면이다. "'본 얼티메이텀'에 비슷한 장면이 있어요. 촬영감독이 와이어를 매고 배우와 함께 뛰어내리는 거죠. 사실 그 장면은 네 컷이에요. 달리는 장면, 창문 깨는 장면, 구르는 장면, 다시 달리는 장면. 이걸 정교하게 이어 붙여서 한 컷처럼 보이죠." 이 장면에서 촬영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원빈의 전당포는 이 감독 부모님이 실제 운영하는 전당포가 모델이다. "부모님이 봉천동과 신림동에서 지금도 전당포를 두 곳 운영하세요. 미술팀이 전당포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저희 부모님 가게를 본떠 만들었죠." 요즘은 전당포에서 금과 다이아몬드밖에 받지 않지만 이 감독이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온갖 것을 다 받았다. 이 감독은 "그때 우리 집에 TV가 8대 있다고 하고 카메라도 매번 다른 걸 들고 다니니까 친구들이 갑부집 아들로 알더라"며 웃었다.
인하대 영문과에 다니던 이 감독은 군에서 처음 진지하게 영화를 접했다. 공군 관제병 말년 때 군 도서관에 있던 시나리오 전집을 읽었다. "소설보다 빨리 읽히고 비주얼적이어서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마침 졸업하면 뭘 할까 고민하던 때여서 졸업 직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했죠." '시네마 키드'가 아니었던 그는 '영웅본색'과 '리쎌웨폰'을 좋아하던 평범한 액션영화 팬이었다.
"원래 이번엔 로맨틱 코미디를 찍을 계획이었어요. 제목을 붙인다면 '강철중이 보아를 만났을 때'라고나 할까. 강력반 형사와 아이돌 가수의 로맨스죠. 영화사에서도 좋다고 했는데 제가 자신이 없더라고요. 역시 남자들이 나오는 액션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아저씨'에서도 원빈이 임신한 아내를 안아주는 장면을 찍으며 "낯간지러워서 되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흥행 덕에 이 감독은 "한 2년 정도 생활비 걱정 안 할 만큼의 수입은 들어올 것 같다"고 했다. "그 돈 아내에게 주고 저는 또 시나리오 써야죠. 연금도 보너스도 없지만 그 정도라도 행복한 거죠." 재능 있는 감독이 생계비를 걱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관객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아저씨'의 성공을 관객이 같이 기뻐해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블로그] 다소 잔인했지만 울타리내 소통을 그려낸 영화 '아저씨'
"사람들이 원빈만 보는 것…. 전혀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저런 원빈은 내가 만든 건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우리 영화의 절반이 원빈에게 기대고 있고, 또 기존 이미지를 뒤집어 변신한 원빈의 노력도 있으니까…."
영화 '아저씨'의 이정범(39) 감독은 원빈처럼 잘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남자 영화밖에 못 찍겠다"는 이 남자를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열혈남아(2006)'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 '아저씨'로 개봉 3주 만에 관객 375만명을 끌어모은 이 감독의 다음 영화가 벌써 궁금하다. 500만명까지는 무난히 동원할 '아저씨'의 감독을 2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아저씨'의 이정범(39) 감독은 원빈처럼 잘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남자 영화밖에 못 찍겠다"는 이 남자를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열혈남아(2006)'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 '아저씨'로 개봉 3주 만에 관객 375만명을 끌어모은 이 감독의 다음 영화가 벌써 궁금하다. 500만명까지는 무난히 동원할 '아저씨'의 감독을 2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