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31조짜리 '불씨' 살렸지만…
입력 : 2010.08.26 03:02
코레일, 용산개발사업에 사실상 4조5000억원 현물 출자
시행사가 사업 주도 美·日 등 선진국 방식 "사업 시기 조정하고 분할개발 고려해야"
자금조달 방안을 놓고 벌어진 사업 주체 간의 갈등으로 사업중단 위기에 놓였던 서울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개발사업의 땅 주인이자 최대지분(25%)을 가진 코레일이 지난 23일 4조5000억원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선(先)매입하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방식을 놓고 정면충돌하던 시공 주관사인 삼성물산(지분 6.5%)이 사업 주도권을 내놓는 것을 전제로 달았다. 현재 지분 구조상으로는 삼성물산은 다음달 초 열릴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의 의결을 거치면 사업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코레일이 삼성물산과의 싸움에서 일단 승기를 잡았고, 용산개발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용산개발 사업이 성공하려면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 어떻게 수익성을 확보하고,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한다.
◆코레일 현물 출자로 사업재개 가능성 높여
코레일이 4조5000억원가량의 랜드마크 빌딩을 매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땅값으로 받을 돈을 현물(빌딩)로 받겠다는 의미다. 일종의 '현물출자'와 비슷한 형식이다. 코레일은 당초 1조2000억원 규모의 빌딩을 매입할 계획이었지만, 자금조달 등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매입 규모를 3조3000억원가량 더 확대했다.
랜드마크 빌딩은 100층 이상의 높이에 연면적이 36만㎡(약 11만평)에 달한다. 코레일의 제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용산개발사업의 사업성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된다. 첫째, 코레일이 빌딩 매각 대금을 사업시행자(드림허브PFV)에 지급하면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은 공사 대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둘째, 사업이 완공된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엄청난 가격의 랜드마크 빌딩을 사야 할 매입자를 찾지 않아도 돼 개발사업의 위험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 개발사업의 땅 주인이자 최대지분(25%)을 가진 코레일이 지난 23일 4조5000억원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선(先)매입하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방식을 놓고 정면충돌하던 시공 주관사인 삼성물산(지분 6.5%)이 사업 주도권을 내놓는 것을 전제로 달았다. 현재 지분 구조상으로는 삼성물산은 다음달 초 열릴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의 의결을 거치면 사업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코레일이 삼성물산과의 싸움에서 일단 승기를 잡았고, 용산개발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용산개발 사업이 성공하려면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 어떻게 수익성을 확보하고,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한다.
◆코레일 현물 출자로 사업재개 가능성 높여
코레일이 4조5000억원가량의 랜드마크 빌딩을 매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땅값으로 받을 돈을 현물(빌딩)로 받겠다는 의미다. 일종의 '현물출자'와 비슷한 형식이다. 코레일은 당초 1조2000억원 규모의 빌딩을 매입할 계획이었지만, 자금조달 등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매입 규모를 3조3000억원가량 더 확대했다.
랜드마크 빌딩은 100층 이상의 높이에 연면적이 36만㎡(약 11만평)에 달한다. 코레일의 제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용산개발사업의 사업성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된다. 첫째, 코레일이 빌딩 매각 대금을 사업시행자(드림허브PFV)에 지급하면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은 공사 대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둘째, 사업이 완공된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엄청난 가격의 랜드마크 빌딩을 사야 할 매입자를 찾지 않아도 돼 개발사업의 위험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코레일이 땅값이나 챙기는 수준에서 벗어나 최대 지분을 가진 투자자로서 일정 부분 위험 부담을 지고 투자를 해 새로운 부동산개발 방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부동산개발 사업은 시행사가 건설사(시공사)를 끌어들이고, 건설사가 금융권에 지급보증을 서 조달해 오는 자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그러나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선 대기업이 사업 시행을 맡아 직접 자금조달(파이낸싱)을 해 안정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부동산개발업체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일본 도쿄 중심부의 대규모 개발사업인 롯폰기힐스, 미드타운의 경우 재벌급의 부동산투자회사인 모리그룹과 미쓰이가 사업시행을 주도해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해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오판
그렇다면 왜 용산개발사업의 건설 주관사로 주도권을 쥐고 있던 삼성물산은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왜 버텼을까. 삼성이 코레일과 갈등을 겪으면서 "용산개발사업은 사업성이 없다. 건설사만 지급보증을 서 위험부담을 모두 질 수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며 엄청난 개발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받던 용산개발사업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삼성물산 책임이 크다. 삼성물산은 2007년 사업자 선정 때,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경쟁을 벌이면서 땅값으로 8조원을 써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땅값 마련에서부터 차질이 발생했다. 땅값 올리기를 주도했던 삼성물산이 이제 와서 "사업 수익성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져 지급보증을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선 대기업이 사업 시행을 맡아 직접 자금조달(파이낸싱)을 해 안정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부동산개발업체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일본 도쿄 중심부의 대규모 개발사업인 롯폰기힐스, 미드타운의 경우 재벌급의 부동산투자회사인 모리그룹과 미쓰이가 사업시행을 주도해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해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오판
그렇다면 왜 용산개발사업의 건설 주관사로 주도권을 쥐고 있던 삼성물산은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왜 버텼을까. 삼성이 코레일과 갈등을 겪으면서 "용산개발사업은 사업성이 없다. 건설사만 지급보증을 서 위험부담을 모두 질 수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며 엄청난 개발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받던 용산개발사업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삼성물산 책임이 크다. 삼성물산은 2007년 사업자 선정 때,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경쟁을 벌이면서 땅값으로 8조원을 써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땅값 마련에서부터 차질이 발생했다. 땅값 올리기를 주도했던 삼성물산이 이제 와서 "사업 수익성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져 지급보증을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사업성공 위해, 단계적 개발 고려해 봐야
용산개발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우선 삼성물산을 대신할 건설사를 찾아야 한다. 코레일은 빌딩 매입의 전제 조건으로 건설사들이 96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의 랜드마크 선매입 제안으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된 만큼 지급보증을 서고 공사 물량을 가져갈 건설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어서 이미 참여한 17개 건설사 중에는 선뜻 지급보증을 서겠다는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건설사들은 자본금의 100%만 지급보증을 설 수 있다. 자본금을 넘어서는 지급보증 금액은 부채로 잡혀 부채비율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이미 지급보증 한도가 꽉 찬 대형건설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용산개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일부 용지를 분할해 개별적으로 순차적인 개발을 하는 분할개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 금융·부동산 시장의 여건을 고려해 2016년까지 정해져 있는 사업 시기를 조정하고, 단계를 나눠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용산개발사업이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사업의 핵심인 만큼 서울시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용산개발사업은 서울시에 40%가량을 기부채납하기로 돼 있고,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은 608%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기부채납비율을 낮추거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기대하고 사업성을 검토 중인 건설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용산개발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우선 삼성물산을 대신할 건설사를 찾아야 한다. 코레일은 빌딩 매입의 전제 조건으로 건설사들이 96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의 랜드마크 선매입 제안으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된 만큼 지급보증을 서고 공사 물량을 가져갈 건설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어서 이미 참여한 17개 건설사 중에는 선뜻 지급보증을 서겠다는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건설사들은 자본금의 100%만 지급보증을 설 수 있다. 자본금을 넘어서는 지급보증 금액은 부채로 잡혀 부채비율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이미 지급보증 한도가 꽉 찬 대형건설사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용산개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일부 용지를 분할해 개별적으로 순차적인 개발을 하는 분할개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최근 금융·부동산 시장의 여건을 고려해 2016년까지 정해져 있는 사업 시기를 조정하고, 단계를 나눠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용산개발사업이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사업의 핵심인 만큼 서울시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용산개발사업은 서울시에 40%가량을 기부채납하기로 돼 있고,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은 608%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기부채납비율을 낮추거나,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기대하고 사업성을 검토 중인 건설사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