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트위터는 못해도 유능한 해결사'

설경구는 국내 최고의 흥행배우다. 10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영화만 두 편(실미도, 해운대)이고, 누적 관객 수가 4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 25편의 작품을 해오면서 악역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악질은 있었지만. "악역을 정말 해보고 싶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이유 없는 절대악도 괜찮고, 사연 있는 악인도 괜찮아요."



대본을 외우지 않고 연기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설경구. 예전 필름 시절엔 리허설 하면서 익히면 됐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바뀌었다. 디지털 촬영이 늘어나면서 리허설 몇 번 없이 바로 슛을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대본을 외우지 않으면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도 집에서는 보지 않는다. 현장에 가서 본다. '화장실 가서도 본다?' 이런 것 절대 없다.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 " 현장 가서 장소 보고 옷을 입어야지 느낌이 와요. 그리고 분장하면서 (대본을) 봐요."

"자동차로 옆에서 들이받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위험천만했던 자동차 추격신을 설명하는 설경구는 오히려 신이 나 있었다. 차 보닛 위에 카메라 두 대 달고 그 사이로 보며 운전하랴, 연기하랴, 옆에서 들이받는 차 보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 번은 공원을 막 달렸는데, 감독의 '컷' 소리만 듣고 스태프 한 명이 아직 달리고 있는 제 차 앞으로 튀어나온 거예요. 저 욕 나왔잖아요. 그 분 받았어봐요. 어휴~"

설경구가 다음달 9일 개봉하는 영화 '해결사'의 강태식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흥신소를 운영하는 잘 나가던 전직 형사다. 평범한 의뢰라고 생각하고 급습한 불륜현장에서 살인 누명을 쓰게 된 후 24시간 동안 누명을 벗으려고 애쓰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대전에서 80%를 촬영했다. 시청 앞 8차선 대로를 닷새 동안 전면 통제하며 자동차 추격신을 찍었다. "정말 강렬했어요. 시청 앞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죠."



영화에서 해결사로 나오는데 실제 생활은 어떨까? "아유~미쳤어요? 영화니까 하는 거지, 저는 항상 '중간만 가자'예요. 나서서 해결할 인물도 못되고, 줄 설 때 앞에 서는 것도 싫어요. 성격적으로 못해요. 절대!"

직전 영화였던 '용서는 없다'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밤새우면서 눈에 핏발 서고, 다크서클 생기고, '좋다. 리얼하다. 계속 가자!' 그랬죠. 그런데 너무 리얼하면 보기 좀 그런가 봐요. 과잉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거죠. 저는 그게 진짜라고 생각했는데ㆍㆍㆍ."

그래서 이번엔 과잉을 지양했다. 머리도 깔끔하게 다듬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바로잡았다. "가장 깔끔한 모습의 설경구를 보실 겁니다.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