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시네마] '악마를 보았다' : '피로 물든 144분' 호평-혹평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김지운 감독이 '악마를 보았다'. 소재의 부도덕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시각적 영상들의 잔인함이 상상을 초월한다.

개봉 후 관객 시선은 둘로 나뉘었다. 한국 영화의 발전을 여실히 보여주는 위대한 작품이라 칭송하는 쪽과 시대를 통탄하며 혹시 모를 모방범죄를 우려하는 쪽이다. 그러나 이 둘 중 어디에도 정답은 없는 듯 하다.

혹자는 이 정도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한국 영화가 그동안 부재했기 때문에 '악마를 보았다'가 수작이라 말한다. 물론 피로 물든 144분간의 스크린을 보다보면 관객들의 입에서 입을 타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잔인하니까 절대 보지말라'는 금단의 메시지가 어느정도 이해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추격자' 등 '악마를 보았다'와 비견될 만큼 꽤나 잔인한 작품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즉, '악마를 보았다'가 잔인성의 부문에서 만큼은 독보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반대의 시선에도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표현의 자유가 있지 않은가? 감독은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고픈 메시지를 담아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혹자는 모방범죄를 우려하며 감독 및 배우진에게 책임론을 전가하지만 모방범죄야말로 진정한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한 살인사건 용의자들은 '명탐정 코난' 시리즈를 범행의 참고본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명탐정 코난'은 무려 전체관람가다. 그렇다면 '명탐정 코난'을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처리하거나 혹은 폐기시켜야 할까? 정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악마를 보았다'는 이것과 같은 논리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 이 리뷰 또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굳이 금지되어야 할 영화라고도 생각지는 않는다.

< 김나리 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