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교육학 박사 1호'된 스님

은발(銀髮)의 스님이 국내 첫 '박물관교육학 박사'가 됐다. 태고종 소속인 강원도 원주 치악산 명주사 주지 한선학(54·사진)씨는 최근 한양대 대학원에서 논문 '고(古)판화의 박물관 교육 내용과 방법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직도 박물관 입구에서 팸플릿 몇 장 가지고 그냥 달아나는 학생들이 있어요. 박물관은 애들 숙제나 하기 위해 억지로 들르는 곳이 돼선 안 됩니다." 절 옆에 유물 3500점을 소장한 '고판화박물관'을 운영하는 한씨는 "박물관이야말로 더 없는 체험학습과 평생교육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원래 조계종 승려였던 그는 15년 동안 군종 장교 생활을 했고 1998년 제대하면서 태고종으로 옮겼다. 당시만 해도 군승(軍僧)은 결혼이 허용됐는데 군승 기간이 끝나면 이혼하거나 조계종을 떠나야 했기에 생이별 대신 후자를 택한 것이다.

1996년 중국 답사를 간 뒤로 고판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 번 파 놓으면 수없이 인쇄하고 복제할 수 있는 동아시아 대중예술의 꽃'이었다. 한·중·일은 물론 몽골과 티베트 판화까지 수집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4년 박물관 문을 연 뒤로 일본식 4각 화로의 장식 용구로 둔갑한 조선시대 '오륜행실도' 목판 등 귀중한 유물들을 많이 찾아냈다.

한씨가 박물관에서 하는 일은 '진열장 유리벽 안팎의 소통'이다. 직접 목판을 만들어 판화를 찍어 보고 전통 책을 재현해 보면서 아이들은 까무라칠 정도로 재미있어한다. 한씨는 "그래서인지 원주 교외 산속에 있는 박물관이지만 1년에 연인원 1만명의 학생이 찾을 만큼 인기 만점이다. 70%는 수도권에서 온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