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미래? 오! 100만 유로짜리 질문"

"천안함 폭침 사건은 분명 범죄입니다."

방한 중인 국제언론인협회(IPI) 얀 비루쿠넨(Virkkunen·62) 회장은 27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천안함 폭침 사건은 핀란드에서도 대서특필됐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핀란드 최대 신문인 '헬싱긴 사노마트'지(紙)의 주필이기도 한 비루쿠넨 회장은 "사노마트를 포함, 핀란드 언론은 한국에서 벌어진 천안함 관련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면서 "누가 저질렀는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핀란드 언론은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언론 및 정치인들의 천안함 사실 왜곡에 대해 "우리가 언론 자유를 가져야 할 권리가 있듯이 그들에게도 언론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면서도 "결국 국민 대다수가 진실과 왜곡을 구분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진실을 왜곡하는 세력들에겐 설 자리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깝지만 그게 진정한 언론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의 언론 자유에 대해 '재난(disaster)'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의 언론 자유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북한의 언론 자유를 추진해야 하지만, 서방이나 한국 등 자유 언론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고 그는 개탄했다. 그는 다만 "북한의 독재 체제가 끝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라고 말했다.

비루쿠넨 회장은 뉴미디어의 파상 공세에 대한 신문의 미래를 묻는 말에 "100만유로짜리 질문"이라며 웃었다. 그는 "언론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빠른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인터넷 저널리즘이나 새로운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등 신문 산업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신문을 스마트폰에서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조선일보의 애플리케이션과 관련, "신문이 하루에 한 번만 발행되는 게 아니라 하루에도 여러 번 나오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신문에 동영상 사진이나 광고를 넣고, 실시간 업데이트를 하는 등 신문의 기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의 등장은 신문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스마트폰보다 읽기 쉽고 광고 효과도 낫다는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 신문이 당분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의 증손자인 그는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사노마트를 2시간 동안 정독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후 그는 스웨덴·덴마크 언론사 웹사이트를 훑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파이낸셜타임스·뉴욕타임스·가디언을 읽은 뒤, 영국 BBC·알자지라TV 등을 시청한다.

루쿠넨 회장은 지난 1971년 사노마트에 입사해, 편집인과 주필 등을 지냈다. 이번이 두 번째 방한인 그는 내달 1일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