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트만두에서 '한국어학원 자원봉사' 영봉 스님 셰르파에게 '꿈'이라는 山을 오르게 하다

꽃다발을 받은 스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이 꽃다발은 여러분이 받아야 하는데…."

히말라야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싼 네팔의 카트만두. 지난 25일 3층 주택을 개조한 '세종 한국문화와 언어교육원' 옥상이 왁자지껄했다. 3개월 코스의 한국어 과정을 이수한 학생 170여명과 수료증을 주는 스님 모두 싱글벙글이다. 수료생 중 120여명은 28~29일 카트만두에서 실시된 '고용허가제 한국어시험(EPS-KLT)'에 응시했다. 22년간 히말라야와 함께 살아온 영봉(靈峰) 수안 스님이 그동안 이들을 무료로 가르쳐왔다.

―히말라야는 언제부터 등반하셨나요?

"1988년에 처음 왔어요. 37년 전 불가(佛家)에 들어선 뒤 수행하다가 어느 순간 '선방이란 관념의 틀에 갇히지 말고 만행(만가지 수행)을 해보자고 결심했죠. 칼라파타르(5545m)를 시작으로 멜라픽과 안나푸르나의 6000~7000m급 산들을 올랐어요. 평소 수행할 때의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면서 '지혜보다는 덕(德)이구나, 겸허하게 사람들을 돕고 살자'는 생각을 했지요."

―한국어학원은 무료던데, 언제 시작했나요?

"네팔엔 50번도 넘게 왔어요. 짧게는 열흘에서 길면 1년까지 다 합치면 10년 넘게 네팔서 살았지요. 산에 오르면서 한 500명쯤 셰르파를 만났는데 10년 전 20년 전에 함께 올랐던 셰르파의 아들들이 셰르파로 일행이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거예요. 3년 전 '이 아들 셰르파들의 가난과 고난의 대물림은 끊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산 등반을 접고 어학원을 열었죠. 여름·겨울에 석 달씩 두 번 열어요. 이번까지 500명 정도에게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쳤어요. 한국어를 배우면 그냥 포터가 아니라 가이드나 지배인, 혹은 동업자나 사장으로도 클 수 있을 거예요."

―학원 운영비가 많이 들 텐데요.

"오르는 임대료에다 한국어 교재, 컴퓨터 기자재, 강사들 월급…. 매년 초파일에 강원도 토굴을 딱 하루 공개하면 시주가 들어옵니다. 또 10년 전부터 토굴 주변을 개간해서 2000평에 오가피 5000주를 혼자 키우는데 그걸 가을에 지인들에게 보내면 '답례'들을 해와요. 교육원이 운영하는 인터넷카페 '히말라야의 꿈(dreamofhimalaya)'을 보고 비용을 보태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걸로 여기 학원 운영하고 미얀마에도 보내요."

―미얀마요?

"3년 전에 미얀마를 탈출한 소수민족 한 명을 우연히 만나 그 사람 고향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1만원이면 학생 한 명이 한 달간 먹고 배울 수 있을 정도로 가난해요. 5개 학교 아이들 500명에게 한 달이라도 제대로 먹으면서 공부하라고 500만원을 보내주죠. 한국은 이제 못사는 나라 사람들을 도와줄 능력이 있어요. 그럴 책임도 있고요."

그는 수료식을 마친 다음 날 다시 강원도 산골로 향했다. "겨울과 여름엔 네팔의 한국어 학원장, 봄·가을엔 강원도의 오가피 농사꾼입니다. 오가피가 네팔과 미얀마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화수분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