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신예들, 바둑리그 판도 흔든다

2지명자 중에선 이영구가 단연 빛났고 원성진 박정상 김승재 윤준상 등이 제 몫을 했다. 강유택(영남일보)은 전반기 막판까지 전승 가도를 달려 3지명자 중 최대어로 자리 잡았으며, 4·5지명자 중에선 각각 고근태(킥스)와 최기훈(넷마블)이 가장 돋보였다.

바둑리그는 3위와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를, 그 승자와 2위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승자가 1위 팀과 결승을 벌이는 프로야구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팀 간의 순위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는 가운데 중위권 팀들 간의 4강 커트라인 진입 싸움, 개인 승수(勝數) 경쟁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잘 뽑은 신인 한 명이 팀 성적을 결정한다.' 바둑리그 출전 감독들이 요즘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최상위권 프로기사 54명이 9개 팀으로 분산, 장장 9개월 동안 각축하는 2010 한국바둑리그가 막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4일 전반기가 끝나고 26일 제주 서귀포 해비치리조트서 후반기에 돌입한 시점에서 올해 바둑리그 화두는 단연 '신예'들로 모아진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얼굴은 한게임 자율지명선수 진시영(21·사진) 四단이다. '자율지명'은 드래프트 시장에 나오지 않은 기사 1명씩에 대한 우선 선발권을 각 팀에 주는 제도를 뜻한다. 현재 진시영의 성적은 7승2패. 이는 개인 부문 4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내로라하는 국내 간판 스타 50명가량이 진시영 밑으로 들어간 셈.

한게임은 26일 후기 개막전서 티브로드를 3대2로 누르고 단독 선두로 나섰는데 진시영은 거기서도 주역을 맡았다. 상대팀 3지명자 홍민표를 따돌리고 결승타를 날린 것. 차민수 한게임 감독은 "강동윤 이영구 등 1·2지명자의 승리는 기본"이라며 "시영이가 아니었으면 1위 등극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시영의 7승 중엔 목진석 박정상 윤준상 한상훈 등 다른 팀 1·2지명자가 여럿 포함돼 있다.

신안천일염의 3지명자 이춘규(21) 三단도 빛났다. 전반기에만 6승을 따내며 1지명자 이세돌과 함께 소속 팀의 상승 분위기에 쌍두마차 역할을 해냈다. 같은 팀 4지명자 이호범(18) 二단 역시 전반기에 5승2패라는 '특A급'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신안천일염 이상훈 감독이 팀원 6명 중 4명을 20세 안팎의 젊은 선수들로 뽑아 '도깨비 팀'으로 구성한 전략이 멋지게 적중해가고 있다.

충북&건국우유의 한웅규(20)는 일약 3지명자로 선발된 뒤 5승(3패)으로 훨훨 날고 있다. 최철한 강동윤 김지석 등 강펀치의 1지명자들이 돌아가며 한웅규에게 한 방씩 맞았다. 김영환 감독은 "페이스를 회복 중인 김정현(19)과 한웅규 두 신예가 큰 힘이 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지명 순위 그룹별 성적에서도 신예들의 활약상은 확인된다. 대부분 각 팀의 '막내' 중심으로 구성된 자율지명 그룹 9명은 이날까지 총 29승32패를 마크, 4지명(27승38패)과 5지명(17승29패) 집단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각팀 1지명자 성적 합계(47승31패)는 2지명자 합계(48승31패)에 뒤져 주목됐다. 1지명자 9명 중 6승 이상을 따낸 기사는 이세돌 박영훈 강동윤 3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