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의사 출신 '특채 프로' 碁聖에 올라

28세의 뒤늦은 나이에 '특별 전형'으로 프로세계에 진입했던 청년이 9년 만에 일본 바둑 정상의 한 봉우리를 정복했다. 27일 끝난 제35기 기성(碁聖)전 도전 5번기서 1인자 장쉬(張?X)를 3대2로 제압, 새로운 기성으로 등장한 사카이(坂井秀至·37·사진) 이야기다.

2001년 초만 해도 사카이는 전도유망한 의사였다. 명문 교토(京都)대 의학부 졸업, 의사 국가고시 합격을 거쳐 6월부터는 수련의 생활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바둑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끝내 바둑의 꿈을 버릴 수 없었다. 사카이의 탄원서를 접수한 관서기원은 입단대회가 유일한 프로 등용문이던 시절이었음에도 그에게 '프로테스트'란 특별 기회를 부여했다.

입단 상한 연령을 8살이나 넘긴 상태였던 사카이는 4전 전승으로 이 관문을 통과한 후 온몸을 던져 프로 세계에 적응해갔다. 28세 입단이란 진기록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그는 이번에 37세 메이저기전 정복, 대졸(大卒) 기사의 메이저 우승 등 일본 바둑의 새 역사를 여럿 추가했다. 단위(段位)도 七단에서 九단으로 올랐다. 아무도 예상 못했던 '뒷문 입학생'의 최우등상 수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