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예방교육' 30분 뒤… 與, 여성비하 강의

30일 한나라당 의원 140여명이 처음으로 '집단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이어서 4대강 관련 특강에 나선 강사가 "지루하게 생각할까 걱정이다. 원래 대학에서 파워포인트를 할 때는 관심을 끌기 위해 아름다운 여배우 사진을 넣는데…"라면서 여성 비하적인 발언으로 예방교육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9월 정기국회를 대비한 의원연찬회를 충남 천안 지식경제부 공무원 연수원에서 열었다. 이날 첫 강의는 '양성평등과 소통'. 지난 7·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진 '강용석 의원 성희롱 파문' 등을 볼 때 소속 의원들의 성평등 의식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날 특강에 나선 한국여성CEO센터 조현순 관장은 "언어폭력, 농담, 음담패설, 강간 등 성폭력에서 자유로운 분이 한 명이라도 있는지 물었더니 수녀님들마저 자유롭지 않더라"며 "한국 사회에서 우리 딸과 어머니들이 그렇게 당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 관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력이 센 기관이 어디인가? 검찰인가, 청와대인가, 국회인가"라고 한 뒤 "성폭력은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손을 대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교장선생님에게 6개월 동안 성희롱을 당한 초등학생에게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잖아요'라고 답하더라"며 "선생님에게도 '안돼'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또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오히려 죄지은 사람 취급받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인데, 이런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조 관장은 그러나 정치권 의원들이 연루됐던 각종 성희롱 파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강의가 끝나고 30분 뒤, 세 번째 강사로 나선 심명필(60) 4대강 살리기 추진 본부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 현안 보고에 앞서 "대학에서 파워포인트를 할 때 아름다운 여배우 사진을 흥미를 끌기 위해 넣는다. 또 마술도 하나씩 하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배우들과 마술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곤란하다고 하더라. 마술과 여배우 없이 (강연)하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 강연을 들었던 한 의원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고 난 뒤 이어진 강연에서 흥미를 끌기 위해 '여배우'를 계속 운운해 황당했다"며 "강사가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부적절한 강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 본부장의 강의는 아무런 논란 없이 끝까지 진행됐었다.

한편,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연찬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공정한 사회가 구현될 수 있도록 강용석 의원 문제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며 "의원 총회를 조만간 열어 당 윤리위에서 결정한 내용을 추인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이와 관련, "이르면 31일 연찬회에서 의원 총회를 열어 제명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7월 20일 당 윤리위를 열어 강 의원에 대해 제명 결정을 내렸었다. 강 의원은 이날 연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