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서 되새기는 '대한제국의 아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대한제국의 질곡과 아픔을 되새기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인 옥션 단(대표 김영복)이 10일까지 서울 수송동 갤러리 단에서 여는 특별전 '대한제국과 근대'는 대한제국기에서 일제 강점기에 이르는 30여년 간 발간된 각종 도서와 문서, 사진과 화보, 이왕가미술품제작소 공예품 등 204점을 선보인다.

특히 강화도수호조약 체결 후 3년 뒤인 1879년 일본인이 조선을 침탈하기 위한 항구를 선택하려고 시행했던 탐사를 기록한 '탐진강만기(探津江灣記)'는 조선을 향한 일제의 야욕이 여실히 드러나는 자료다. 1909년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을 떠날 때 열린 송별연에서 조선의 정치·문화계 인사 53명과 일본인 2명이 주고받은 시를 모은 '취운아집(翠雲雅集)'도 당시 조선의 뼈아픈 현실을 보여준다. 김영복 대표는 "이완용·이재면·김윤식·정만조·김택영·여규형 등 당시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이 이토 히로부미가 지은 칠언절구 한시에서 운(韻)을 따서 화답한 차운시(次韻詩)를 세 개의 두루마리에 쓴 것"이라며 "국난의 시기에 사회 지도층의 처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친일(親日) 단체인 일진회의 '일진회 취지서', 일제가 한·일 강제병합을 기념해 만든 메달인 '한국병합 동제기념장'도 안타까운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자료다. 한국 최초의 민간신문 '독립신문'과 을사늑약 당시 장지연이 쓴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 실렸던 '황성신문'을 통해서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격변을 엿볼 수 있다. 국권을 강탈당한 후 황실의 각종 집기와 미술품을 만들었던 이왕가미술품제작소의 공예품들도 눈길을 끈다.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이화문(李花紋)을 넣은 '이화문금장은제화병', 청자의 재현과 나전기법이 조화를 이룬 '청자산수문나전칠화병', 근대 나전칠기의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봉황문나전칠5단찬합' 등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예술품들을 볼 수 있다. (02)730-5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