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최후의 陷穽

〈제12보〉(152~163)=니우위티엔의 바둑에 대해 그와 겨뤄본 한국 기사들은 "전투보다는 집으로 앞서 나가려는 성향"이라고 평한다. 워낙 실속을 차리는 타입이어서 고분고분 응하다간 집 부족이 될 때가 많은데, 반대로 강하게 두면 생각보다 쉽게 허물어진다는 것. 먼저 싸움을 걸지는 않더라도 상대 도발을 받아치는 힘이 부족해선 정상권으로 올라설 수 없는 것이 바둑이다. 지금 이 판의 흐름이 니우의 약점을 잘 말해준다.

중앙 흑이 쫓기고 있지만 하변에서 중앙으로 뻗어나온 백도 두 눈을 못 갖춘 모습. 백은 152부터 156까지 일단 살아둔다. '부자 몸조심'이다. 157에 붙였을 때 상대가 외면하고 158로 막아오자 흑은 괴로워졌다. 여기서 상변 흑의 목숨은 하늘에 맡긴 채 참고도 ▲로 뛰어 중앙 백 5점을 잡아버리는 건 어떨까.

하지만 이 경우엔 백1의 내려섬이 좋은 수. 이후 10까지 쌍방 최선의 수순을 거쳐 패(覇)가 된다. 물론 흑이 감당할 수 없는 그림이다. 162도 주의를 요한다. 무심코 '가'로 젖히기 쉬운데, 그 순간 흑 '나'면 중앙 백 4점이 잡히고 바둑도 역전된다. 갑자기 163으로 끊어간 수가 흑의 마지막 노림. 이 최후의 함정(陷穽)을 피해야만 백의 승리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