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승부수 不發

 

 

〈제13보〉(164~182)=목진석은 지난 2007년 2개의 '한국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하나는 최다대국. 1년간 총 122국을 소화함으로써 이창호가 89년 작성했던 연간 111국을 크게 경신했다. 사흘에 한 판을 소화했다는 계산이다. 최다대국은 많이 이겨야만 다음 판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사 능력을 판정하는 지표다. 또 하나는 그중 93판을 이겨 연간 최다승 기록을 바꿔놓은 것. 이 부문 역시 이창호(93년 90승)가 보유 중이던 기록을 깼다.

흑이 ▲로 끊어온 장면. 백이 대뜸 174로 잡았다간 한순간에 걸려든다. 참고도 흑4가 선수여서 6까지 장문이 성립하는 것. 164로 먼저 중앙을 움직인 수가 침착했다. 좌변보다 중앙 쪽 덩어리가 더 크니 흑은 고분고분 따라 둘 수밖에 없다. 173에 붙여 몸부림치자 백은 그제야 못 이긴 척 174로 손을 돌린다.

182 시점에서 흑은 더 이상의 항전을 포기한 채 돌을 거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흑은 당장 '가'에 두어 상변을 살아야 한다. 다음 백 '나'면 흑은 '다'가 불가피한데, 그때 백이 '라' 정도만 가도 반면(盤面)으로 10집 이상의 대차(大差)가 난다. 끝까지 버티는 게 중국 기사들의 스포츠맨십(?)이라지만 그럴 여지도 안 준 완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