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임영자씨, 전국편지쓰기대회 '대상'

"치매로 글을 모르시는 당신에게 40년 만에 처음 편지를 드립니다. 이 딸이 평생을 걸을 수 없듯이 당신 또한 잃어버린 기억을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도 서럽습니다."

태어나면서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 쓰는 40대 딸이 치매와 중풍으로 병상에 누운 70대 어머니에게 눈물로 편지를 썼다. 서울에 사는 임영자(46)씨. 임씨는 2일 우정사업본부 주최 '전국 편지쓰기 대회' 시상식에서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로 8만4000명 응모자 가운데 대상을 받았다.

"어머니, 당신에게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이 감사의 시간이 저에게 얼마나 더 허락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당신이 이승을 떠나는 그날까지, 아니 제 생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밖에 나가지 못하는 딸을 위해 봄이면 개나리를 꺾어다 주고, 가을이면 낙엽을 책갈피에 끼워줬다.

"노란 개나리꽃으로 덮여 있는 산을 구경시켜주신다며 저를 업으셨다가 대문 밖에서 넘어져 저는 이마를 다쳐 피를 흘렸죠. 당신은 피를 흘리는 저를 부둥켜안고 '미안해, 미안해' 하며 우셨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그렇게 길바닥에 주저앉아 얼마나 많이 울었던가요?"

어머니가 치매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딸인 자신을 언니 혹은 이모라고 부르고, 어머니라고까지 불러 가슴이 미어졌다고 했다. 그런데도 의사만 보면 손을 붙들고 "우리 딸 좀 고쳐달라"고 떼를 쓰고, 휠체어 탄 사람을 보면 "우리 딸 휠체어니까 망가지지 않게 조심해서 타라"고 당부할 만큼 딸에 대한 사랑은 치매도 감히 쫓아오지 못했다.

임씨는 편지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장애 때문에 어머니를 밖에 모시고 갈 수 없는 처지가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몇 개월에 한 번쯤 가족을 알아볼 때는 천만금을 얻은 것보다 행복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