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영화로 보는 눈] '고死 두 번째 이야기 : 교생실습'

사실 스릴러라고 하면 한국영화 < 올가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미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 섬뜩함은 잊혀지지 않는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들에 대한 지나친 집착, 또 그 광기에서 오는 공포감은 상상 이상이다.

이래저래 여름이면 여러 가지 공포 소재가 각광을 받는다. 공포 분위기를 연출해서 사진을 찍어주는 스튜디오도 생기는 등 공포에 대한 관심은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드라마 < 전설의 고향>이 한국 공포의 대명사로 오랫동안 인기를 얻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는 늘 되풀이되는 듯한 패턴, 분장, 특수효과가 식상할 만도 하지만 여름이면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한국 귀신은 하얀 소복을 입고 긴 머리에 창백한 피부, 여기에 입가나 눈 밑에 피를 뚝뚝 흘리는 모습으로 연출되는 경우가 많다.

전통 한국형 공포는 대부분 '한'으로 귀착된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동정을 바란다. 그리고 그 한은 피눈물로 표현되기도 한다. '피눈물'을 흘리는 귀신의 모습에서 한이 서린 저주를 느끼게 된다.

사실 사람이 피눈물을 흘릴 수는 없다. 보통 사람의 눈물은 투명하다. 피눈물은 외상에 의해 결막을 다쳤거나 유행성 각결막염 등 눈병이 심해져서 염증막이 떨어질 때가 아니면 나오지 않는다.

큰 사고를 당해서 흰자위인 결막이나 공막에 상처가 생기면 눈물에 빨갛게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상처로 인해 빨간 눈물이 나게 되면 혹시 안구천공으로 내용물이 빠져나올 수도 있으므로 되도록 눈과 눈 주위를 만지지 말고 눈을 감은 상태로 급히 병원에 가야 한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 피눈물이 나온다면 유행성 각결막염 등의 감염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열흘 이상 각결막염을 앓을 경우 간혹 눈에서 피가 나기도 한다. 이때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각막혼탁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때로는 피눈물이 피곤해서 생기는 결막출혈의 2차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눈물주머니 종양이나 고혈압 환자가 흘린 코피가 역류해 나올 수도 있다. 드물지만 월경시 피눈물을 흘리는 여성도 있다고 한다.

'애 끊는다'는 말이 있다. 슬픔이 극하면 내장이 다 끊어진다는 뜻이다. 안으로 쌓이는 슬픔은 '한'이 되지만 반대로 외부로 폭발하는 분노는 순간적으로 인간의 힘을 극대화하여 2~3배의 힘을 내게 하기도 하고 이에서 모티브를 얻은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극적으로 몸이 변형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한'이 쌓여 피눈물을 흘린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 빛사랑안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