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10년前 왕따였던 몽골 소녀… 서울대생 되어 다시 한국에

1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건물 1층에 들어선 아누다리 바타르(18·몽골)씨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누다리씨는 105호 강의실을 찾고서야 마음이 놓인 듯 자리에 앉아 숨을 골랐다. "11시 수업인데 강의실 찾기가 어려울까봐 일찍 왔어요. 캠퍼스가 엄청 넓잖아요. 지난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몸무게가 2㎏이나 빠진 거 있죠."

이번 학기에 입학해 이날 첫 수업을 들은 몽골인 유학생 아누다리씨의 한국말은 제법 유창했다. 서울대는 올해부터 외국인 학생에 한해 학부과정 '9월 입학제'를 도입했다. 지난 5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누다리씨는 9월 외국인 특별전형에서 사회과학대학에 지원해 고교 성적과 자기소개서·수학계획서 심사를 거쳐 합격했다.

그의 한국 생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11년 전인 1999년 7세 때 한국에 왔다. 외국인 노동자로 먼저 한국에 온 아버지를 따라 어머니와 함께 어렵사리 비자를 받아 한국땅을 밟았다. 세 가족은 아버지가 중장비 기사로 일하던 경기도 수원의 한 고철업체 근처 컨테이너 박스에 살면서 맞벌이 생활로 '코리안 드림'을 일궜다.

이듬해 친척이 있는 경기도 포천시 군내면으로 거주지를 옮길 즈음, 세 가족은 비자 기간이 만료돼 불법 체류자가 됐다. 아누다리씨는 이 때문에 초등학교에 제때 들어가지 못했다. 몽골 소녀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이웃이 학교에 사정을 설명했고, 그는 9세가 돼서야 포천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한국어가 서툰 아누다리씨는 학교에서 외톨이였다. 친구들은 "냄새 나는 애랑 놀지 말자"며 따돌렸고, 담임 선생님도 무관심했다. 그는 "너무 속상해 수업 중에 울며 뛰쳐나가 집에 가버린 날도 많았다"고 했다. 2학년 땐 8개월 동안 학교를 쉬기도 했다.

아누다리씨는 "3학년 때 학교에 다시 나가자 담임 선생님이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엄마', '아빠', '배고파' 등 간단한 단어만 알던 한국어도 그때부터 부쩍 늘기 시작했다. 어려서 배운 한국어는 모국어인 몽골어보다 더 잘하게 됐다.

그는 "모국인 몽골의 말과 문화도 알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중학교에 진학한 2007년 5월 부모님과 몽골로 돌아갔다. 그는 몽골에서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을 마쳤고, 고교 3년 동안 수학·영어·한국어 등 각종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외교학을 전공해 외교관이 되는 게 그의 꿈이다. "예전에 수원에 살 때 아빠 회사의 윤 사장님이 자기 성(姓)에다가 '몽골에서 한국이란 나라로 온 아이'라면서 '윤나라'라고 이름을 지어 주셨죠. 한국과 몽골 두 나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