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사랑, 父親이 물려준 유산이죠"

지난달 30일 퇴임한 서일대 김순범(53) 교수가 퇴직금 중 2억원을 자신의 토목과 학생들을 위해 기부했다.

퇴임식에 앞서 마련된 기부 행사는 조촐했다. 총장과 몇몇 보직교수만 참석해 증서 한 장을 주고받는 것으로 끝냈다.

김 교수의 학생 사랑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는 2005년 사재 3500만원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아호를 따서 '우보 장학금'을 만들었다. 이 돈으로 매년 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김 교수는 "의사였던 아버지는 항상 '교육이야말로 최고의 복지'라고 이야기하셨다"고 했다.

김 교수는 청주에서 대학생 무료 기숙사 '와우숙(臥牛宿)'을 운영하고 있다. 와우숙은 아버지 고 김희문씨가 "가난 때문에 공부할 수 없는 학생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1981년에 세운 기숙사다. 그는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은 와우산 자락에 있어서 와우숙이기도 하지만, 소처럼 부지런히 공부해 나라의 일꾼이 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93년 갑자기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는 평소 '난 너에게 물려줄 유산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했다. 그는 부친 사망 이후 아버지가 설립한 한국재능개발연구회와 연구회소속 유치원 3곳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학교가 있는 서울과 연구회가 있는 청주를 1주일에 두세 번 오가다 보니 힘이 너무 들었다. 연구회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 퇴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년을 12년이나 남기고 퇴직하면서 거액까지 기부하자 가족들도 놀랐다고 한다. 그는 대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있다. 딸은 "아빠, 벌써 교수 그만두시면 동생과 내 학비는 어떻게 해요?"라며 걱정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아빠 연금도 있고, 엄마도 돈을 벌고 있으니 학비 걱정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부친으로부터 들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열심히들 공부해서 독립해라. 너희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