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보물 러시아의 '韓流'로

지난 6월 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개막했던 《솔숲에 부는 바람, 한국미술 오천년》 특별전이 97일간의 전시를 마치고 5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조선일보가 창간 90주년과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개최한 이번 특별전은 총 57만여명이 관람했고, 러시아 20여개 언론매체에 소개되는 등 러시아 속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켰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설문조사에서 관람객의 62%가 '이 전시를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았다'고 답했으며, 대다수 관람객들이 '매우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전했다.

국보 2점과 보물 10점을 포함해 237건 354점의 방대한 유물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처음으로 한국 유물을 선보인 자리이자 러시아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최초의 대형특별전이었다. 지난 1991년 조선일보와 국립중앙박물관이 에르미타주 박물관 소장 유물을 대여해 서울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던 '스키타이 황금'전(展)에 대한 교환전시이기도 했다.

전시를 위해 제작된 러시아어 도록은 전시 유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세부 사진을 실었고, 한국미술사를 개관하는 논고도 수록돼 한국미술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서로 관심을 끌었다. 전시 기간 중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전시실을 돌며 주요 유물의 특징과 용도를 소개하고, 종이로 신라 금관과 석가탑 모형을 조립해보는 교육 프로그램도 세 차례 진행됐다.

또 조선일보와 국립중앙박물관은 러시아 기업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총영사관과 공동으로 지난 8월 19일 '러시아 기업인의 밤'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카테네프 상트페테르부르크시 상공회의소장, 표도로프 북서연방관구기업인연맹 총재, 그레브네프 레닌그라드주 상공회의소장을 비롯해 한국과 관련된 러시아 기업인 250여명이 참석해 전시를 관람하고 리셉션을 가졌다. 행사 참석자들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첨단산업이 깊이 있는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전했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러시아에 한국 문화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첫 전시라 더 의미가 깊었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에르미타주 박물관과의 전시 및 인적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