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둑 리그 60개팀 운영, 한 판당 1800만원 승리수당 주면서… 세계대회 주최는 달랑 한 개뿐

심각한 불균형을 보여온 국제 바둑타이틀전의 국가별 개최 비율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이 개최하는 국제 메이저대회는 LG배 삼성화재배 비씨카드배 농심배 정관장배 등 5개. 반면 일본(후지쓰배) 중국(춘란배) 대만(잉창치배) 등 3개국은 각 1개씩의 국제대회만으로 버티고 있다.

세계 톱프로들의 주된 수입원은 메이저급 세계기전이다. 상금이 이들 4개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만큼 국가별 세계대회 비율도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사정은 그렇지 않다. 약간 과장하자면 중국 일본 대만 기사들은 국제 기전을 후원하는 한국기업들 덕분에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세계프로바둑대회의 효시는 1988년 일본이 창설한 제1회 후지쓰배였다. 4개월 뒤 대만 재벌 고 잉창치(應昌期)씨가 잉씨배를 만들면서 그 뒤를 이었다. 한국도 이듬해 제1회 동양증권배를 창설, 본격 국제화 시대에 동참했다.

이후 9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은 진로배, LG배, 삼성화재배 등을 속속 출범시키며 바둑세계화에 주도적으로 기여했다. 일본 역시 올해로 23회를 치른 후지쓰배 외에 CSK배, 도요타덴소배 등을 만들었다. 98년엔 중국 최초의 메이저 국제기전 춘란배가 창설됐다. 하지만 이후 국제기전은 안팎의 사정으로 몇 차례 지각변동을 거치더니 5:1:1:1로 정착돼버렸다.

조선일보가 한국기원에 의뢰해 뽑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2년 간 한국주최 국제대회 우승상금 합계액은 약 118억 8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4개국 중에서 56.3%를 점하는 비율이다(별표 참조). 일본이 51억 여원으로 한국의 뒤를 이었고, 중국은 7%정도의 '분담금'에 머물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4국 중 대만에도 못 미친 최하위다.

비교치를 우승상금으로 잡은 것은 기전 후원기업들이 연도별 총예산액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 총예산액 대비 우승상금 비율은 대회마다 다르지만 대략 15%~20%선이란 게 한국기원 관계자의 말이다. 이 집계는 군소대회 및 폐지된 대회까지 망라한 것이며 당해연도의 환율을 적용했다.

국내 프로기사들은 현재의 불균형한 국제대회 구조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고 입을 모은다.중국이 지금까지 개최했던 메이저 기전은 춘란배 단 1개 뿐이다. 2000년 이후 만든 동방항공배 호작배 등 4개 여류기전은 모조리 단발로 그쳤다. 중국은 올해도 한중일 명인전 등 몇 개의 1회성 이벤트 주최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창혁 九단은 "중국의 바둑열기는 7~80년대의 일본이나 90년대 한국을 능가할 정도"라면서 "세계 2위의 경제력을 자랑만 하지말고 세계대회 창설로 그 간의 빚을 갚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소장파인 원성진 九단도 "이벤트 기전만 찔끔찔끔 열 게 아니라 이제는 본격기전으로 바둑 세계화를 주도하는 것이 대국다운 자세"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금까지 '최다분담금'을 떠맡아온 한국은 국제바둑계의 '봉(鳳)'일까. 그러나 국내 프로들은 이런 일부 지적을 단호히 부정한다. "한국의 우승 점유율이 워낙 높아 투자액의 상당부분을 '회수'했고, 후원기업들도 홍보효과에 만족하고 있다(최규병 기사회장)"는 것. 한국바둑이 세계최강으로 자리잡으면서 국민적 자긍심도 높아져 '일방적 희생'으로 봐선 안 된다는 논리다.

아무튼 세계적 거인으로 성장한 중국이 국제기전 창설을 통해 바둑 진흥에 앞장설 때가 됐다는 분석은 정확해 보인다. 중국은 60개 팀 200여 명의 프로가 활동하는 바둑리그를 운영하면서 특급 용병에게 한 판당 10만 위안(약 1800만 원)의 승리수당을 지급할 만큼 풍성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물론 바둑의 폭발적인 인기가 그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