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키 10cm '小人 가족'의 오밀조밀한 일상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인 스튜디오 지브리의 새 영화 '마루밑 아리에티'(9일 개봉)는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 주인공이 키 10㎝에 불과한 소인(小人)이어서만이 아니다.

3D를 거부하고 여전히 수작업으로 그린 셀 애니메이션을 고집하는 것이 그렇다. 단순한 에피소드 하나로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되, 펜화처럼 세밀하고 낱낱이 묘사하는 것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 수작(秀作) 애니메이션은 언젠가부터 극 영화가 몰락하다시피 한 일본 영화의 명암을 드러내는 기호이기도 하다.

몸이 아픈 소년 쇼우는 시골 할머니 집에 요양하러 온다. 이 집 마루 밑에는 손가락 하나 크기만 한 인간 가족이 살고 있다. 할머니 집의 작은 물건들을 가져와 가구와 소품으로 쓰는 가족이다.

어느 날 소인 가족의 딸 아리에티는 설탕을 구하러 할머니 집 부엌에 몰래 들어갔다가 쇼우에게 들키고 만다. 이윽고 아리에티의 엄마마저 이 집 가정부에게 붙들려 유리병에 갇혀버린다.

영국 동화작가 메리 노튼의 '바로워즈(The Borrowers)'를 원작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 제목처럼 인간으로부터 물건을 빌려 쓰는 소인들의 세계를 그렸다. 각설탕 한 개로 1년을 나는 이들이 인간에게 들키지 않고 생필품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도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모아 식수로 쓰고 머리핀 대신 빨래집게를 머리에 꽂고 산다.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밧줄(실제는 실)을 써야 하지만 때로는 손발에 양면 테이프를 붙이고 기어 올라가기도 한다. 이들의 일상에는 생쥐 같은 위험요소가 가득하다. 인간의 시각보다 10배 이상 확대된 물체들 속에서 사는 아리에티 가족들의 이야기가 오밀조밀한 재미를 안겨준다.

인간에게 들킨 아리에티 가족은 결국 정든 마루 밑 집을 떠난다. 몸이 아픈 쇼우와 집 떠나는 아리에티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뭉클하다. 첨단 기술로 포장한 스펙터클은 없지만 아날로그 감성에 기대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잔잔한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