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왕관인가… '수수께끼 무덤'이 열린다

황금빛 찬란한 유물들을 쏟아낸 경주 황남대총(皇南大塚)이 발굴된 지 35년 만에 신비한 속살을 드러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7일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한 《황금의 나라, 신라의 왕릉 황남대총》 특별전은 그동안 일부만 공개됐던 황남대총 출토 유물을 한자리에 모은 첫 대규모 전시다. 신라 왕릉 하나만을 주제로 대규모 전시가 열리는 것도 처음이다.

◆국내 최대 고분, 35년 만에 열리다

황남대총은 두 개의 무덤이 남북으로 맞붙어 있는 쌍분(雙墳)이다. 남북 길이 120m, 높이 23m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큰 고분으로 1973~1975년 실시한 대대적인 발굴로 총 5만8441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1976년 7월 열린 문화재위원회는 '경주시 황남동에 있는 큰 무덤'이라는 뜻에서 황남대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이 무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남분(南墳)에는 남자가 묻혔고 북분에는 여자가 묻혔으며, 이들은 부부로 추정된다. 신라의 쌍무덤 중에서 가장 크고 주인공들은 화려한 황금 장신구로 치장하고 있어 신라 마립간(4세기 신라에서 사용한 왕의 칭호) 시기의 왕릉임은 분명하지만 내물(재위 356~402년), 실성(재위 402~417년), 눌지(재위 417~458년)의 세 마립간을 놓고 학설이 분분하다.

◆황금 나라 신라가 한눈에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목조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황남대총 쌍분 중에서도 남분 봉토 안에서 발견된 나무틀(길이 16.2m, 너비 7.7m, 높이 4m)을 거의 실물 크기로 재현해 마치 신라 왕의 무덤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목조 구조물 한복판에는 무덤 주인공이 안치된 목관을, 서쪽 끝에는 토기를 비롯한 부장품을 묻은 공간인 부곽(副槨)을 재현해 왕릉의 규모를 실감케 했다.

전시장 곳곳에서 황금 유물들이 빛을 발한다. 금관을 비롯한 황금 장신구와 귀금속 그릇, 금제 관꾸미개, 순금 허리띠…. 총 5만8441점의 황남대총 출토 유물 중 엄선한 1268점이 전시됐다. 귀금속과 금동으로 꾸민 큰 칼과 비단벌레 날개껍질로 장식된 말안장 꾸미개도 마립간 부부의 위세를 드러낸다. 함순섭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황금은 마립간이 권위를 나타내고 지방의 실력자들을 포섭하는 수단이었다"고 했다. 서역에서 들어온 봉수형 유리병과 유리잔 등 희귀한 외국 물품들도 눈길을 끈다.

◆거대한 왕릉의 비밀

전시장을 돌다보면 황남대총에 얽힌 갖가지 미스터리와 만나게 된다. 가장 큰 미스터리는 왕보다 왕비의 금관이 더 고급스럽고 화려하다는 것이다. 여성의 무덤에서 순금관이 출토된 반면 왕인 남자의 무덤에서는 한 단계 떨어지는 금동관이 출토됐다.

황남대총 남분에선 일부러 부러뜨린 물품들도 함께 나왔다. 왕릉에 왜 훼손된 물품을 넣었을까. 함순섭 연구관은 "신라 무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라며 "이승과 저승을 끊어버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고분의 내부 구조와 축조 과정, 발굴 당시의 모습 등을 보여주는 3D 홀로그램 영상물도 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02) 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