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 '對北 수해지원' 국회 답변 "쌀은 한도 내, 시멘트는 조금, 중장비는 검토 안해"

현인택<사진> 통일부 장관이 8일 북한의 수해지원 요청에 따른 쌀 지원을 한도 내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지난 4일 적십자 채널을 통해 쌀·시멘트·굴착기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한적(대한적십자사)이 100억원 상당을 주기로 했고, 저쪽(북한)에서 요청했으니까 쌀은 한도 내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원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하는 대규모 식량지원은 검토한 바 없다. 다만 긴급 구호의 성격을 갖는 수해지원은 정부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 지원에 대해서는 "조금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고 밝혀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고, 이외의 다른 품목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중장비 지원 등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대북 쌀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며 자세만 보이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이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독일 통일의 경험과 한반도 통일비전'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우리는 쌀이 남아돌아 보관에 골치를 앓고 있는데, 북한은 쌀이 없어 굶어 죽으면서도 공식적으로 달라는 소리를 안 해 못 주고 있는 형편 아니냐"며 "우리끼리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 북쪽이 호응하고 같이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게 만드는 것이 통일의 주요 수단"이라고 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북한의 수해 지원 요청은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쌀 지원 문제는 정부도 긍정적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이날 외통위에서 "쌀은 북한에 있어 군수물자이자 전략물자다. 북한에 비상식량·생필품·의약품 등은 대규모로 지원해도 되지만 쌀은 보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 "쌀과 함께 북한이 시멘트와 중장비를 요청한 것은 평양에 10만 가구를 건설하는 사업과 관계가 있다. 북한은 이 사업을 김정은의 핵심 치적으로 내걸려고 하는 것을 통일부에서도 알고 있지 않나?"면서, "북한의 후계세습을 후원해주는 결과를 낳는 일을 왜 긍정적으로 검토하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