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란 제재에도 불구하고 9일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 건설주(株)들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반발해 역(逆)제재에 나설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이 우려되는 산업이 건설업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부진한 가운데 복병(伏兵)을 만난 셈이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업종지수는 전날에 비해 2.13% 급등했다. 종목별로 대림산업이 4.63%, GS건설과 삼성물산은 각각 2.66%와 1.63% 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도 1~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건설주가 강세를 보인 주요 이유로는 '기준금리 동결'이 꼽힌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물가 잡기보다는 부동산경기 살리기를 더 중시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UBS증권은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의 최대 수혜주는 대형 건설사들"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제재도 단기적으로는 국내 건설업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이란에서 받아온 건설수주의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이란 건설시장은 우리 건설사들에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시장일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약 480억달러 수준이었고 여기에서 이란 플랜트시장의 규모는 약 3% 미만에 불과했다.
강승민 NH투자증권연구원은 "지금 현재 우리 건설사가 이란에서 맡고 있는 공사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 "이란 플랜트시장은 규모가 작아 당장 이란 제재로 국내 건설사들이 타격을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건설업체들이 이란에서 철수할 경우 중국 기업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연구원은 "이란 시장이 해외 수주 비중으로 봤을 땐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란 시장을 빼앗길 경우 장기적으로 해외 수주 성장률의 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건설주가 조금씩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더라도 투자자들은 당분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허문욱 KB투자증권연구원은 "이렇다 할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건설업 주가가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면서 "실적이나 확실한 호재가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의 오름세는 조금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