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재에서 눈 못떼고 "뷰티풀" 연발

"여러분들 앞에 놓인 이 불상(佛像)이 한국의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입니다. 일본 교토 고류지의 목조반가사유상과 꼭 닮아서 고대 한국문화의 일본 전파를 입증하는 유물로 여겨지고 있지요. 살며시 다문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게 보이시죠?"

9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3층 불교조각실. 'C20(Culture 20)'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세계 문화·예술계 인사 20여명이 정은선 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멕시코의 세계적 조각가 세바스티안씨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조각상"이라며 "영혼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감탄했다.

'C20'은 11월 서울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를 앞두고 한국 문화를 보다 적극 알리려고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 한국외대 교수)이 주최한 행사다. 음식(Cuisin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영화(Cinema), 음악(Concert), 의상(Clothes) 분야의 세계적 리더들을 초청했다. 한국의 관광 명소를 가보고 한식을 맛보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등 오감으로 체험하고 돌아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세계적 패션그룹 미소니의 비토리오 미소니 회장(이탈리아), 저명한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프랑스), 다이애나 왕세자빈 드레스를 디자인한 제밀 이펙치(터키), 타지마할 호텔 총주방장 헤먼트 오베로이(인도) 등이 참석했다.

첫날인 8일 이들은 서울 창덕궁과 북촌한옥마을을 관람한 뒤 청와대로 영부인 김윤옥 여사를 예방해 한식 얘기를 나누었다. 9일은 삼성미술관 리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가 한국 문화의 정수를 감상했다. 이들은 특히 신라 천마총 금관과 반가사유상 앞에서 오랫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터키의 디자이너 제밀 이펙치씨는 "한국 문화의 튼튼한 뿌리를 느낄 수 있다"며 "단순한 배치이면서 관람객의 동선을 잘 배려한 박물관도 하나의 보물"이라고 했다. 인도 타지마할 호텔의 총주방장 헤먼트 오베로이씨는 "낮에 인사동에서 맛본 사찰 음식이 아주 인상적이었다"며 "한식 전도사로 나서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이들이 체험한 한국 문화를 자기 나라 문화와 비교해 의견을 나누는 토론회가 열린다. 기 소르망씨는 한국의 문화 경쟁력을 주제로 강연하고, 이펙치씨는 터키의 전통복장과 한복을 결합한 옷을 디자인하는 계획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영화와 요리에 관한 토론도 있다.

행사 폐막식인 'C20 Night 문화의 밤'에서는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소나무 동영상이 상영된다. 최정화 이사장은 "C20을 통해 우리가 경제·정치·외교뿐 아니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기품 있는 문화국가임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