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수왕’ 천규덕, "'프로레슬링은 쇼' 발언은 오보"

프로 레슬링 1세대 천규덕(78)씨가 “내가 링에서 활약하던 1970년대 당시는 (프로 레슬링에) 맹세코 각본이 없었다”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박치기왕’ 김일, ‘비호’ 장영철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당수왕’ 천씨는 “장영철씨가 ‘프로레슬링은 쇼’라고 했던 발언은 완전한 오보(誤報)”라고 말했다.

그가 문화일보에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970년대 일본 선수와의 경기에서 패배 직전에 몰린 장씨가 후배들에게 ‘다들 들어와’라고 외쳐 그 선수를 집단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레슬러들을 연행해 갔는데 신문기자들이 장영철씨에게 “항간에 레슬링은 쇼라는 소문이 있는데 진짜인가?”라고 물었다는 것. 이에 장씨가 부인하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물고 있자 기자들이 ‘암묵적 시인’이라고 판단해 그렇게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천씨는 “상대가 기술을 걸면 받아줘야 하고, 로프를 잡으면 놓아주어야 하는 등 이런 레슬링 룰을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 소문이 돌았던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당시는 맹세코 각본이 있지 않았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자장면 한 그릇이 500원 하던 시절 3000원의 비싼 입장료를 주고도 관객들이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웠던 프로레슬링은 이 사건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천씨는 주특기인 당수로 명성을 얻었다. 살아있는 황소를 3마리나 당수로 잡은 적도 있다. ‘장영철 사건’을 만회하기 위해 ‘이벤트식’으로 서울 마장동 도축장을 찾아가 부탁을 해 황소를 2방 때리니 죽었다는 것. ‘황소를 맨손으로 때려죽인다’고 TV광고까지 했다. 천씨는 “중앙정보부가 나를 남산에 불러 ‘공화당 상징이 황소인데 단번에 때려죽이면 어떻게 하냐‘며 황소가 세다는 것을 보여주고 죽이라더라”고 했다. 결국 그는 15번을 내리쳐 황소를 잡았다.

파란만장한 레슬러 생황을 접고 영진약품에 입사했던 천씨는 1987년 정년퇴직했다. 탤런트 천호진씨가 장남이고 제17회 한국건축대상을 받은 건축가 천소진씨가 차남이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천씨는 아침부터 2000번 팔굽혀펴기를 해 ‘몸을 푸는’ 등 하루 5시간은 운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