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 Mania] 조리 名匠·앞치마 두른 배우 '한식 세계화'로 通하였도다

그가 들어서자 흰 모자 10여 개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지난 6일 오후 롯데호텔 총조리장 이병우(55) 이사는 점심시간을 마친 피에르 가니에르 주방을 꼼꼼히 둘러봤다. 앞치마를 두른 탤런트 권오중(39)씨도 동행했다. 이병우 이사는 올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조리 부문 기능 명장이다. 명장 496명 중 조리 명장은 그를 포함해 7명뿐이다. 권오중씨는 재작년 SBS드라마 '식객'에서 수석요리사로 출연하면서 요리에 빠졌다. 한식과 양식조리사 자격증,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가진 마니아다. 최근에는 어린이를 위한 친환경 조리법을 담은 요리에세이집 '굿잇츠(Good Eats·시드페이퍼)'를 펴냈다.

이병우=요즘 맞벌이 부부가 늘어서 사 먹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죠. 아이들이 친환경 건강식인 고추장·된장·김치 맛을 잊지 않도록 부모들이 노력해야 합니다.

권오중=제가 책을 낸 것도 '내 아이 건강은 내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마음은 있는데 방법을 모르는 아빠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이=요리사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나아졌어요. 예전에는 사는 방편에 그쳤는데, 지금은 보람을 위해 요리하는 사람이 많죠.

권=전 처음에는 요리에 대한 열정보다는 기술이 필요해서 배웠어요. 식객에서 수석요리사로 나왔으니 화면에서 노련하게 보여야 했거든요. 집에서 연습용으로 잘라본 무가 수십 개는 될 거예요.

이=식객은 한식의 가치를 알렸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우리 스스로부터 한식을 인정해야 세계로 나가 알릴 수 있죠.

권=요즘 한식 세계화를 많이 얘기하는데, 드라마 찍으면서도 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청국장만 해도 외국인이 싫어해도 냄새 나는 청국장을 고수할 것인가, 외국인이 좋아할 냄새 나지 않는 청국장을 내놔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갈렸어요. 저는 냄새를 없애야 한다는 쪽이었죠. 일단 먹게 해야 알릴 수 있잖아요.

이=명장이 되면서 특히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이 한식 세계화입니다. 외국인이 찾는 한식은 달라야 해요. 비빔밥에도 아보카도처럼 서구인이 쉽게 접근할 야채가 들어갈 수 있고, 참기름 향을 싫어하는 그들을 위해 올리브오일을 넣을 수도 있죠. 뉴욕에 가서는 뉴요커 입맛을 고려하는 창의적 비빔밥이 나와야 합니다.

권=외국을 겨냥해서 한식을 약간이라도 바꾸면 인정하지 않는 일부의 태도는 문제 아닐까요? '한식이 아니라 사이비 퓨전'이라고 폄하하더라고요.

이=조선시대 사람들이 먹던 음식을 그대로 만들면 지금 사람들이 잘 먹을까요? 무조건 과거 것만 고수하면 그건 박물관에 가야 할 음식이죠. 올봄 뉴욕에서 스타 셰프 데이비드 창이 운영하는 '모모후쿠 쌈바'에 갔어요.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힌 사람이죠. 상추하고 돼지고기하고 장이 몇 가지 있었어요. 우리 눈에는 평범해요. 하지만 샐러드만 먹던 뉴요커들은 열광하죠.

권=한식도 진화를 위해 고민해야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정제된 퓨전을 진일보한 음식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해요.

이=일본 요리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노부(Nobu)라는 걸출한 주방장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르헨티나와 알래스카에서 체험한 다국적 문화를 일식에 녹여 창의적으로 표현했죠. 한식을 알리고 싶으면 동시대 음식의 트렌드에 대해 감이 있어야 해요. 재능 있는 셰프를 해외에 보내 체험하고 공부하도록 도와줘야 하고요.

권=연기와 음식은 '열려야 진보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연기는 열린 마음으로 몰입해야 인물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고, 음식은 트인 사고로 접근해야 세계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