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김형석의 후아유] 배우 오달수
입력 : 2010.09.11 03:12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해결사'로 살아간다
"영화 찍고 나면 항상 후회…아쉬움이 쌓여 재산이 되죠"
'올드보이'(2003)에서 감금방을 지키던 악당, '달콤한 인생'(2005)에서 러시아어를 내뱉던 무기 밀매상, '음란서생'(2006)에서 난잡한 책을 유통시키던 수상한 남자, '구타유발자들'(2006)의 극단적 비호감 인간, '방자전'(2010)에서 작업 기술을 전수하던 노인…. 장·단편 영화, 카메오 출연과 영화 '괴물'의 괴물 소리 같은 목소리 연기까지 합하면 그의 출연작은 31편이다.
오달수(42)의 캐릭터는 언제나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들이 그를 찾아왔다. 르네상스 시기 한국 영화의 '해결사' 배우 오달수. "멋모르고 한 거죠. 욕심이 조금 많은 편이에요. 스케줄이 안 돼도 좋은 작품을 만나면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해요. 그래도 결국 못하는 작품이 있지만…. 그런데 이제 그런 욕심은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올해로 20년이 된 그의 연기 인생에는 '패턴'이 있다. 그는 항상 한 템포 늦게 움직인다. 부산에서 7년 동안 연극을 한 후 대학로에 진출했고, 연극을 10년 이상 한 후 영화에 출연했으며, 영화를 5년 이상 한 후에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둔해서 그래요.(웃음) 세상을 읽어내는 센스가 좀 없거든요."
배우가 된 건 우연에 가까운 인연 때문이었다. 고향인 부산에서 재수하던 시절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극단에 팸플릿 배달을 갔다가 새로운 세상을 접한다. 연출가 이윤택이 있던 가마골 소극장. 무대 위에서 동고동락하는 연극인들의 삶에 이끌린 오달수는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청소도 하고 포스터도 붙였다. 그렇게 배우가 되었고, 1990년에 첫 무대에 선다. 최근까지 20년째 무대에 서고 있는 '오구'의 '문상객 1'이 그의 첫 역할이었다.
"초보 연기자들에겐 큰 훈련이 되는 작품이었죠. 대사 몇 마디 없이 무대 위에서 버텨야 하는 역할이니까요. 워낙 부끄럼을 잘 타는 성격이라 무대 위에서 얼굴이 벌게졌던 기억이 나요." 1997년 공연 때는 상주가 되었지만 "차라리 모를 때가 더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고, 20년이 된 올해도 여전히 '오구' 무대는 쉽지 않다. "이젠 그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긴장의 강도가 약해지는 느낌? '오구'를 계속 하기엔 내가 너무 낡아 있어요."
부산에서 활동하던 그는 서른 즈음이었던 1997년에 '남자 충동'이라는 작품을 위해 대학로에 왔다. 터전을 서울로 옮긴 것이다. 의형제와도 같은 연출가 이해제의 '흉가에 볕들어라'(1999)로 오달수는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했다. "자신감이랄까? 굶어 죽어도 좋으니까 꼭 좋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이해제와는 2000년 '신기루만화경'이라는 극단을 설립해 올해까지 약 30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오달수의 인연은 곧 영화계로 이어진다. 단역으로 출연한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의 모습은 당시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구자홍 감독의 눈에 들어왔고, 오달수는 박 감독의 단편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2003)에 이어 '올드보이'에 출연한다. 이후 그는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가 되었고, 그 기간에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섰다.
비중에 상관없이 돋보였던 과거의 캐릭터에 비해 지금 개봉 중인 영화 '해결사'의 최 반장은 진중하게 무게중심을 잡는, 오달수에겐 일종의 변신이다. "성공했는지 모르겠어요. 어렵더라고요. 존재감 부분에서 아쉽기도 하고요. 영화는 찍고 나서 항상 후회해요. 배우에겐 그런 아쉬움이 쌓여서 재산이 되는 것 같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아쉬움이 점점 많아지죠.(웃음)"
연기가 무엇인지 "죽기 10분 전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오달수는 인터뷰 내내 "어렵다"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점점 많은 것이 보이지만 보이는 만큼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연기. 하지만 중학교 시절에 접한 화두는 계속 연기하게 만드는 무의식 같은 원동력이다. 선생님은 "추운 겨울에 해녀가 어떻게 바닷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어제도 들어갔으니까 오늘도 들어간다'였다. 어쩌면 오달수에게 연기는 그런 것이다. 스승처럼 생각하는 주진모(젊은 배우 주진모와 동명이인) 선배의 말처럼 "그냥 하면 되는", 어제도 했으니까 오늘도 하면 되는 것. 결국 그에게 연기는 '어렵다'는 형용사와 '그냥'이라는 부사 사이의 묘한 긴장 관계인 셈이다.
무엇이 됐건 어떤 '재미'가 없다면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연기의 재미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웃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건 축복입니다."
오달수(42)의 캐릭터는 언제나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들이 그를 찾아왔다. 르네상스 시기 한국 영화의 '해결사' 배우 오달수. "멋모르고 한 거죠. 욕심이 조금 많은 편이에요. 스케줄이 안 돼도 좋은 작품을 만나면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해요. 그래도 결국 못하는 작품이 있지만…. 그런데 이제 그런 욕심은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올해로 20년이 된 그의 연기 인생에는 '패턴'이 있다. 그는 항상 한 템포 늦게 움직인다. 부산에서 7년 동안 연극을 한 후 대학로에 진출했고, 연극을 10년 이상 한 후 영화에 출연했으며, 영화를 5년 이상 한 후에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둔해서 그래요.(웃음) 세상을 읽어내는 센스가 좀 없거든요."
배우가 된 건 우연에 가까운 인연 때문이었다. 고향인 부산에서 재수하던 시절 인쇄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극단에 팸플릿 배달을 갔다가 새로운 세상을 접한다. 연출가 이윤택이 있던 가마골 소극장. 무대 위에서 동고동락하는 연극인들의 삶에 이끌린 오달수는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청소도 하고 포스터도 붙였다. 그렇게 배우가 되었고, 1990년에 첫 무대에 선다. 최근까지 20년째 무대에 서고 있는 '오구'의 '문상객 1'이 그의 첫 역할이었다.
"초보 연기자들에겐 큰 훈련이 되는 작품이었죠. 대사 몇 마디 없이 무대 위에서 버텨야 하는 역할이니까요. 워낙 부끄럼을 잘 타는 성격이라 무대 위에서 얼굴이 벌게졌던 기억이 나요." 1997년 공연 때는 상주가 되었지만 "차라리 모를 때가 더 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고, 20년이 된 올해도 여전히 '오구' 무대는 쉽지 않다. "이젠 그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긴장의 강도가 약해지는 느낌? '오구'를 계속 하기엔 내가 너무 낡아 있어요."
부산에서 활동하던 그는 서른 즈음이었던 1997년에 '남자 충동'이라는 작품을 위해 대학로에 왔다. 터전을 서울로 옮긴 것이다. 의형제와도 같은 연출가 이해제의 '흉가에 볕들어라'(1999)로 오달수는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했다. "자신감이랄까? 굶어 죽어도 좋으니까 꼭 좋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죠." 이해제와는 2000년 '신기루만화경'이라는 극단을 설립해 올해까지 약 30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오달수의 인연은 곧 영화계로 이어진다. 단역으로 출연한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의 모습은 당시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구자홍 감독의 눈에 들어왔고, 오달수는 박 감독의 단편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2003)에 이어 '올드보이'에 출연한다. 이후 그는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가 되었고, 그 기간에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섰다.
비중에 상관없이 돋보였던 과거의 캐릭터에 비해 지금 개봉 중인 영화 '해결사'의 최 반장은 진중하게 무게중심을 잡는, 오달수에겐 일종의 변신이다. "성공했는지 모르겠어요. 어렵더라고요. 존재감 부분에서 아쉽기도 하고요. 영화는 찍고 나서 항상 후회해요. 배우에겐 그런 아쉬움이 쌓여서 재산이 되는 것 같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아쉬움이 점점 많아지죠.(웃음)"
연기가 무엇인지 "죽기 10분 전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오달수는 인터뷰 내내 "어렵다"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점점 많은 것이 보이지만 보이는 만큼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연기. 하지만 중학교 시절에 접한 화두는 계속 연기하게 만드는 무의식 같은 원동력이다. 선생님은 "추운 겨울에 해녀가 어떻게 바닷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어제도 들어갔으니까 오늘도 들어간다'였다. 어쩌면 오달수에게 연기는 그런 것이다. 스승처럼 생각하는 주진모(젊은 배우 주진모와 동명이인) 선배의 말처럼 "그냥 하면 되는", 어제도 했으니까 오늘도 하면 되는 것. 결국 그에게 연기는 '어렵다'는 형용사와 '그냥'이라는 부사 사이의 묘한 긴장 관계인 셈이다.
무엇이 됐건 어떤 '재미'가 없다면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연기의 재미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웃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건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