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 든 두눈이 웃고 있었다, 김주희…

왼쪽 눈이 퉁퉁 부은 그가 웃었다. 김주희(24·거인체육관)가 세계 여자프로복싱 4대 기구 챔피언 타이틀을 땄다.

김주희는 12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4대 기구 통합 타이틀 방어전 및 세계복싱연맹(WBF) 라이트플라이급(48.980㎏) 챔피언결정전 10라운드 경기에서 주제스 나가와(23·필리핀)에게 2대0 판정승(99―92, 97―95, 95―95)했다.

지난해 9월 파프라탄 룩사이콩(태국)을 꺾고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여자국제복싱연맹(WIBF), 세계복싱연합(GBU) 라이트플라이급 통합 챔피언이 된 김주희는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며 4대 기구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김주희는 이로써 6대 기구 세계 챔피언을 모두 경험한 첫 여성 복서가 됐다. 김주희는 2004년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2007년 세계복싱협회(WBA)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뒤 이를 반납했다. 통산 성적은 14승(6KO) 1무 1패다.

김주희는 경기 초반 스피드가 좋은 나가와에게 연타를 허용하며 고전했다. 3라운드에서 상대 라이트훅에 왼쪽 눈을 정확히 얻어맞은 후론 오른쪽 눈으로만 상대를 봐야 했다.

5라운드에선 상대의 버팅으로 코피도 터졌다. 왼쪽 눈이 점점 부어 오르는 상황에서도 김주희는 정확한 원투 스트레이트를 상대 얼굴에 꽂으며 중반 이후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8라운드부턴 체력이 떨어진 상대를 적극 공략하며 승기를 잡았다.

한국 여자프로복싱의 간판 김주희는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 2000년 국내 1호 여자프로복서가 된 김주희는 빈혈과 허리 디스크 등을 이겨내며 2004년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 발가락 골수염으로 오른쪽 엄지발가락 뼈를 1.5㎝ 잘라냈고 절뚝거리며 연습하다 왼쪽 발목 인대까지 늘어났지만 챔피언 벨트를 잇달아 허리에 둘렀다.

김주희는 "오늘은 아무것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며 "이제 타이틀 하나(WBC·세계복싱평의회)가 남았다. 7대 기구를 석권할 그날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