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한눈을 팔다

〈제6보〉(72~86)=2000년대 진입 후에도 한동안 이창호는 젊은 유망주들에겐 넘기 힘든 벽이었다. 안조영도 이창호로 인해 좌절에 빠졌던 기재(棋才) 중 한 명. 2007년 초까지 이창호에게 1승 13패로 몰리면서 세 차례의 결승 맞대결서도 모두 패하던 안조영은 그해 2월 십단전서 오래 기억될 '복수'에 성공한다. 8강전서 이창호를 꺾은 뒤 첫 메이저 우승으로 내달렸으니 얼마나 통쾌했을까.

흑?Y가 놓인 지 무려 23분 만에 72가 두어졌다. 23분이면 속기파들이 복기(復棋)까지 해치울 시간이다. 백으로선 참고1도 1이 가장 강력한 응수. 그러면 8까지가 외길인데, 이 형태는 백이 버텨도 1수 늘어진 패(覇)가 고작이다. 그러나 흑도 73이 무력해 별 소득이 없었다는 결론. 73으로 참고2도 1이었으면 13은 흑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75에 백은 79까지 선수 행사 후 80, 82로 우변을 정비한다. 팽팽한 접전. 여기서 문제의 85가 놓였다. 이 수로 '가'에 두어 우상귀를 굳혔으면 흑의 우세였다. 무엇이 불안했는지 펑첸은 한눈을 팔았고, 그 사이 백이 86에 손을 돌리면서 바둑은 새 물결에 몸을 맡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