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비슷한 대출 상품 나왔을 때와 분위기 달라
"대출 조건은 썩 괜찮은 편인데, 생각보다 고객들 반응이 좋지 않네요. 실제 대출을 신청한 고객은 한 명도 없고 오늘 상담만 딱 한 건 했어요. 지금 같은 상황에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대출받아 집 사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정부가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8·29부동산 대책'의 하나인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13일부터 시작됐지만, 반응은 심드렁하다. 이날
농협·
신한·
하나은행 등 시중 5개 은행에서 대출이 시작됐지만, 은행 창구에는 대출 상담을 받으러 온 고객들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품이 덜 알려진 측면도 있고 해서 아무래도 추석은 지나봐야 문의가 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비슷한 대출상품이 나왔을 때는 지금과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당시에는 대출 상품이 출시된 시기가 주택 거래 비수기였던 11월이었지만 대출 신청 건수가 1주일 만에 6030건이 넘었고 금액으로는 3063억원이나 됐다. 또 대출금액이 늘면서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지원 규모를 3조2000억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조건만 보자면 5년 전 대출상품이 나왔을 때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분위기는 거의 '외면'에 가깝다.
과거에 비해 인기가 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5년 전 생애 최초 대출 상품이 나왔을 때는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으로 집값이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했다. 결국 대출 상품이 나온 지 1년 뒤인 2006년 말에는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주택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면 생애 최초 대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한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 역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 주택 가격이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면 생애 최초 대출 상품은 주택경기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휘발성'이 큰 상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가구원 모두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서민층에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빌려주는 대출상품이다. 부부합산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경우에 대출신청할 수 있고, 기간은 내년 3월까지 연금리 5.2% 조건으로 대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