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나눠드립니다"… 지하철 약수역에 '이웃사랑 항아리'

서울 지하철 3호선 약수역 역무실 앞에는 노란 꽃무늬가 있는 항아리 하나가 놓여 있다.<사진> 20㎏짜리 쌀 포대 3개가 들어갈 크기다. 항아리 뒷벽에는 '사랑의 쌀을 드립니다'고 적힌 초록색 종이가 붙어 있다.

약수역은 올 1월부터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사랑의 쌀 항아리'를 갖다 놓았다. 약수역 직원들이 역 인근 신당동 임대아파트와 산동네에 사는 어려운 가정에 쌀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이들에게 쌀을 전달하기로 했다. 직원들은 지역에서 제일 큰 병원인 송도병원을 찾아가 후원을 약속받았다.

약수역 직원들은 처음에는 송도병원에서 매달 20㎏짜리 쌀 포대 2개를 후원받아 항아리에 쌀을 넣어 놓고 마음대로 가져가게 했다. 역 관계자는 "한 할머니는 쌀을 퍼가면서 '고맙다'며 교회에서 받은 빵과 떡을 직원들에게 권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 번에 항아리 쌀을 다 가져가는 사람도 있었고 손수레를 끌고 온 할아버지도 있었다.

소문이 나면서 점점 많은 사람이 쌀 항아리를 찾자 지난 6월부터는 쌀을 가져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역무실 안으로 안내해 쌀을 주고 있다. 쌀이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쌀을 가져가거나 쌀을 가져다 다른 사람에게 파는 사람도 있어 직원들이 쌀을 받으러 오는 사람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한 사람의 다섯 끼 식사 분량인 쌀 1㎏ 정도를 봉지에 담아 주고 있다. 현재 매일 평균 15명이 쌀 항아리를 찾고 있다. 쌀 항아리를 통해 나눠주는 쌀도 한 달에 20㎏ 쌀 다섯 포대로 늘어났다.

김선수(55) 지하철 3호선 약수역장은 "업무를 하면서 역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쌀을 나눠 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어려운 주민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사랑의 쌀을 계속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