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戰 전사한 오빠 유해 60년만에 찾은 美 할머니

"6·25전쟁 때 실종됐던 오빠가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게 돼 매우 기쁩니다."

한 미국 여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전사(戰死)한 오빠의 유해를 60년 만에 찾았다. 미 일간지 새크라멘토비는 13일 "미용실에서 일하는 메리 미첼(Mitchell· 66)씨가 북한의 논에 묻힌 오빠 찰스 패터슨 위틀러(Whitler) 병장의 시신을 찾아 고향의 무덤에 안치했다"며 "지난 3일 위틀러 병장의 관이 왔을 때, 켄터키주(州) 클로버포터의 주민 수백 명이 나와 예우했다"고 전했다.

미첼씨는 6세이던 1950년 11월, 한국전에 참전한 16세 위 큰오빠가 북한에서 실종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소식에 아버지는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그날 밤 세상을 떠났다. 미첼씨는 "어머니 혼자 9남매를 길러야 했다"며 "남은 가족들은 실종된 오빠에 대해 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미첼씨는 2000년쯤부터 오빠에 관한 진실을 찾아 나섰다. 군(軍) 기록을 뒤지고 참전 용사들의 행사마다 오빠 사진을 들고 찾아다녔다. 참전 용사들의 인적 사항을 정리하는 비영리단체 '한국전 프로젝트'로부터 "정부에 유전자를 제공하면 전사자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준다"는 말을 듣고 2004년 자신의 유전자를 제출했다. 2006년 경찰이던 아들이 살해당하면서 오빠 찾기 작업은 한때 중단됐다.

유전자 제출 후 6년이 흐른 지난 6월, 미 육군 인력본부로부터 유해를 찾았다는 전화가 왔다. 미첼씨는 "꿈도 꾸지 못했다. 이건 기적"이라고 했다. 유해뿐 아니라 오빠에 관한 기록도 전달받았다.

그 기록에 따르면, 위틀러씨는 1950년 11월, 평북 운산에서 중공군에게 붙잡혔다. 미군 및 통역관 등 10명이 한 농가에 감금됐다. 며칠 후 찾아온 인민군은 이들을 논에 눕게 하고 총을 쏴 7명을 살해했다. 이들을 논에 묻은 농부는 2004년 5월, 미군 유해발굴팀이 현장에 갔을 때 "두 바위 사이 둔덕"이라며 매장 위치를 정확히 가리켰다. 미첼씨는 "오빠가 군복을 입고 구두를 반짝반짝 닦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우리는 오빠 사진을 보며 언젠간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 소망이 60년 만에 이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