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女性의 위상, 올라갈 일만 남았네요"

"2008년, 세계대회 유치국을 뽑기 위한 경합이 벌어진 자리였어요. BPW 한국연맹(전문직여성 한국연맹) 회원들은 자기 나라를 홍보하려고 직접 나서서 '어우동춤'을 추더군요. 한국 여성들의 그런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에 모두 큰 감명을 받았지요. 국제사회에서 한국 여성들의 위상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4년 제주도에서 열릴 BPW세계대회 실사차 한국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벤험(Benham·58·미국) BPW세계연맹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기업들이 나서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고 성평등 의식을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BPW(Business & Professional Women·전문직여성연맹)는 UN 경제사회이사회 자문단체로, 세계 120여 개국에 지부를 가진 5대 국제 여성단체 가운데 하나다.

벤험 회장은 특히 WEP(Women's Empowerment Principles·여성 권한강화 원칙)를 강조했다. WEP는 올 초 유엔여성기금(UNIFEM)과 UN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기업의 사회적책임 국제협약)가 기업에서의 여성의 권한 강화를 위해 마련한 7가지 원칙이다. 고위직 리더들의 성평등 의식 고취, 일에서의 남녀평등, 보건·안전·복지를 모든 남녀에게 보장하는 것 등이다. 그는 "기업들은 여성을 더 많이 고용하는 것이 옳은(right) 결정일 뿐만 아니라, 똑똑한(smart) 결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의사결정이 가능한 고위직에서 여성이 3명 이상이 되면 투자수익률이 30%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BPW는 내년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까지 세계적으로 1000개 기업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4일 웅진코웨이가 처음으로 WEP를 지키겠다고 서명했다.

그러나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은 여성지표에서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2009년 여성권한 척도'를 보면,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에서 여성의 비율이나 영향력은 134개국 가운데 여성 의원 69위, 여성 행정관리직 102위, 여성 전문직 89위로 매우 낮은 형편이다.

벤험 회장은 이에 대해 "바꿔 말하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받아쳤다. "국제사회에서 만나는 한국 여성들을 보면 결코 그런 수치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한국과 한국 여성은 볼 때마다 눈부시게 변하고 역동적인 것이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