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비만증 치료' 시작됐다

"희망퇴직 문제는 현 노조 집행부와 협의해 마무리짓겠습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차기 집행부를 선출할 국민은행 노조 선거가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적어도 그전까진 희망퇴직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선 국민은행이 KB카드 분사와 이달 초 단행한 창구분리제도(SOD·내부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 창구 업무를 2명 이상의 직원이 담당하도록 한 제도) 폐지 등으로 인해 약 3000명의 직원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민 행장은 희망퇴직 규모와 방법 등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직원 개인의 신상에 관한 문제이므로 노사간 협의를 충분히 거쳐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행장은 "다른 은행들은 매년 일정 규모의 인원을 희망퇴직시키고 새로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을 밟아왔는데 국민은행은 그렇지 않았다"며 "승진을 활성화시키는 등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망퇴직은 지난 7월 취임한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비만증을 앓고 있는 KB금융의 체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하면서 이미 예고된 사안이었다. 어 회장은 당시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고 말했지만 금융권에서는 KB가 어떤 방식으로든 인원을 줄이지 않고는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민병덕 행장이 희망퇴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KB 체질 개선의 성공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민 행장은 국민은행이 3분기에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분기에 무려 1조원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것이 주(主)원인이 돼 약 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민 행장은 "지난 2분기엔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은 부분이 있었다"며 "(정확한 규모는) 충당금 규모를 결정할 PF(대규모 부동산 관련 대출)실사가 완료돼야 알겠지만 3분기엔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국민은행의 1인당 생산성이 다른 은행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람 관리 경험이 많은 영업통으로서 어떻게 하면 조직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는지를 잘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