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트위터 글 릴레이에 사랑이 쏟아졌다

"이주노동자 가족이 낳은 1400g, 640g 미숙아 쌍둥이 아기들이 있는데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퇴원을 못하고 있어요."

지난달 9일 이병섭(38)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의 트위터(140자 단문블로그)에 다급한 글 하나가 떴다. 이 사연은 이 교수의 70여명 팔로워(수신 등록자)들에게도 즉각 알려졌다. 이 교수는 "부모가 둘 다 외국인이라 건강보험이 안 돼 비용이 10배쯤 불어났다"며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렸다"고 했다.

트위터에 사연이 알려진 가족은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온 지 11년째 되는 라주(37)씨와 리피(29)씨 부부였다. 경기도 화성의 플라스틱 사출 공장 등에서 일했던 부부는 결혼 10년 만에 쌍둥이 아이를 가졌지만, 배 속 아기들 건강이 심상치 않았다. 다행히 한 시민단체 도움으로 지난 4월 리피씨는 서울아산병원에 옮겨졌고, 한 달이 지나 쌍둥이들이 태어났다. 27주 3일 만에 세상에 나온 초(超)미숙아였다. 언니 세뚜가 640g, 동생 심나도 1400g밖에 되지 않았다. 눈을 뜨지 못하거나 장이 꼬이는 등 여러 차례 생명의 고비를 넘기는 동안 치료비는 1억원 가깝게 불어났다.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병원 소속 사회복지사 김민정씨가 백방으로 수소문해 아산재단에서 2000만원, 교보 다솜재단 1000만원 등 후원금 4000여만원을 모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이 교수가 답답한 마음에 올린 트위터 한 구절은 병원 직원에 의해 리트윗(다른 트위터에 글을 퍼뜨리는 것)됐고 1주일여 만에 1000여 명 넘는 사람들에게 전파됐다. 익명의 40대 여성은 "나도 미숙아를 낳아봤기에 남 일 같지 않다"며 500만원을 부부 앞으로 기부했다. 방글라데시의 리피씨 부모님도 쌍둥이 손녀를 위해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땅을 팔아 1000만원을 병원비로 보태왔다. 이 교수를 비롯한 병원 직원들과 여러 단체, 사연을 전해 들은 시민들이 기부 행렬에 동참했지만 여전히 3000만원 정도가 부족했다. 다행히 병원 측이 "나중에 갚으라"고 해 쌍둥이는 지난 9일 퇴원할 수 있었다.

라주씨 부부는 단칸방 보증금 50만원도 빼서 병원비에 보탰다. 남편 라주씨는 공장에서 자고 부인은 시민단체 쉼터에서 지낸다. 10년간 한국에서 일하며 악덕 업주들로부터 받지 못한 임금만 3000여만원이나 돼 한때 한국을 떠날 생각마저 했던 부부였다. 부부는 이제 한국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부부는 "우리 아기들을 살아나게 해준 한국의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남아있는 병원비는 어떻게든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