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KTX 탄 터미네이터(슈워제네거 美 캘리포니아 주지사) "기술 알려달라"

한국을 방문한 아널드 슈워제네거(63)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5일 하루 동안 대통령과 장관 2명, 재벌 총수 2명을 잇달아 만나면서 초특급 귀빈 대우를 받았다. 캘리포니아주가 50조원에 달하는 고속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덕분이다.

방한 이틀째인 15일 그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 유인촌 문화부 장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까지 차례로 만났다.

오전에는 거의 10분 단위로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첫 일정은 오전 7시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FTA 민간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조찬강연. 조찬이 끝난 뒤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13 스페셜 올림픽 세계동계대회 평창유치 선포식'에도 참석했다. 스페셜 올림픽은 지적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국제 대회다. 이 자리에는 배우이자 스페셜 올림픽 홍보대사인 장쯔이·김윤진, 체조스타 출신 나디아 코마네치 스페셜 올림픽 부회장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그는 "2013년에 다시 돌아오겠다(I'll be back)"며 자신이 출연한 영화 '터미네이터'의 명대사로 마무리해 청중들이 웃음을 터뜨리게 하였다.

그는 행사가 끝나자마자 서울 반포동 JW 메리어트호텔로 옮겨 '캘리포니아 무역 및 관광협력 증진을 위한 리셉션'에 참석했다. 이곳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10분 간격으로 만나며 투자 문제를 협의했다. 조 회장에게는 한진그룹이 LA의 윌셔그랜드호텔을 첨단 호텔·오피스 건물로 변모시키는 '윌셔 그랜드 프로젝트'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고, 정 회장과의 면담에서는 현대차 판매법인 사옥 문제를 의논했다. 결국 그는 정 회장으로부터 내년 캘리포니아주에 1억5000만달러를 들여 현대차 판매법인 사옥을 신축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점심식사 후에는 서울역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천안아산역까지 최신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을 타고 이동하며 한국 고속철도 기술개발과 운영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열차가 달리는 도중 내부 모니터에 시속 300km가 넘은 것으로 표시되자 "원더풀(Wonderful)" "어메이징(Amazing)" 등의 감탄사를 반복했다. 그는 "한국 고속철도의 속도와 효율성이 인상적"이라면서 "고속철 기술을 캘리포니아에도 많이 알려달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426억달러 규모의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2년 하반기 입찰할 예정이다. 한국 등 7개국이 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오후 5시 30분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하고 출국했다.